15일 미 상원에서 통과된 금융개혁법의 타깃은 대형 금융기관이다. 위기를 촉발시킨 덩치 큰 금융기관들을 직ㆍ간접 규제함으로써, 제2의 리먼사태를 막겠다는 것. 하지만 그 실효성에 대해선 여전히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번 금융개혁법에서 가장 눈 여겨 볼 부분은 시장위험 감시를 위해 금융안정감시위원회(FSOC)를 신설하도록 한 것. FSOC는 금융시스템 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는 대형은행을 지정하고 이에 대해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자본, 유동성, 차입한도(레버리지) 등을 규제하도록 했다. FSOC는 특히 대형 금융기관이 시스템 안정을 크게 저해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해당 은행을 강제 분사시키는 조치를 내릴 수 있다.
대형은행의 위험거래도 규제한다. ‘볼커 룰’에 따라 은행지주회사나 비은행금융기관이라도 대형 금융기관은 자기자본의 3% 내에서만 헤지펀드, 사모펀드에 대한 투자가 허용된다. 투자 부적격 등급 주식이나 원자재 관련 장외파생상품, 신용부도스와프(CDS) 등에 대한 투자는 반드시 자회사를 통해 해야 한다. 대마불사(大馬不死) 관행을 차단하기 위해 대형 금융회사가 부실화될 상황에 대비, 비상계획을 세우고 실제 도산하면 예금보험공사(FIDC)를 통해 청산 정리를 하도록 했다.
이밖에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서는 소비자보호기구(CFPB)가 Fed 산하에 설치됐다. 모기지대출을 할 때는 차입자의 대출금 상환능력을 확인하도록 의무화하고, 직불카드 수수료 상한선 규제가 신설됐다.
이번 규제로 대형은행, 특히 JP모건이나 골드만삭스 등 대형 투자은행(IB)들의 위험투자가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날 실적 발표를 한 미국 최대 은행 JP모간체이스도 “금융개혁법이 수익성을 해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법은 큰 틀만 제시했을 뿐 실제 시행과정에서 애초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실제 시행에 들어가는 데 너무 긴 유예기간을 두었고 세부 항목이나 조건에 대해 감독기관에게 지나치게 많은 재량권을 줬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뉴욕타임스는 “잉크가 마르지 않았는데도 은행들이 법을 적용하면서도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플랜B’를 구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비 피트 전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의장은 “빠져나갈 구멍이 너무 커서 트럭 수십대가 지나갈 수 있을 정도”라고 혹평하기도 했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도 “이번 위기를 초래한 ‘증권화’와 그림자 금융(헤지펀드, 사모펀드 등)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않았으며, 대마불사도 해결되지 않았다”며 비판했다.
이 법이 국내 금융업계에 미칠 직접적 영향은 크지 않다. 다만 은행의 대형화가 금융시스템 리스크를 증가시킨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심지어 쪼갤 수도 있다는 점을 명문화함으로써 ‘메가 뱅크’ 움직임 등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견해도 제기되고 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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