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로 인한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는 지구상의 물 순환 과정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의 4차 평가보고서는
우리나라가 위치한 북반구 고위도 지역에서는 강수의 강도와 변동성이 크게 증가하여 홍수 범람과 가뭄의 위험성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2020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약 17억 명이 물 부족으로 고통을 겪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수온의 상승과 홍수 및 가뭄을 포함하는 극한 수문사상(事象)의 변화는 하천 수질에도 영향을 미쳐 여러 형태의 수질오염을 악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기후변화가 수자원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한 최근의 국내 연구결과에 의하면, 21세기 동안 우리나라의 연평균 강수량은 약 17%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극한 강수강도의 증가로 하루 강수량 100mm이상의 집중호우 발생 횟수가 지금보다 약 2.7배 이상 증가하고, 100년 빈도 1일 최대 강수량의 크기가 최대 20%이상 증가해 기존 제방이나 댐 등의 치수 안전도가 크게 떨어질 우려가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또한 앞으로 물 수요가 크게 변하지 않는다고 가정할 경우, 기후변화에 따른 가뭄의 심화로 인해 우리나라는 2060년대에 최대 33억 톤의 물 부족이 발생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소양강 댐의 총 저수용량 29억 톤을 훨씬 초과하는 양이다.
미국 네덜란드 일본 호주 등 일부 선진국에서는 수자원에 미치는 기후변화의 영향을 심각하게 인식하여 각종 적응 대책을 수립하여 이미 실행에 옮기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토해양부가 중앙하천관리위원회를 열어 뒤늦게나마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안전하게 보호할 책무를 지고 있는 정부는 인간과 수생태계의 생존이 달려있는 수자원 부문의 장ㆍ단기적인 기후변화 적응 대책을 조속히 수립하여 강력히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수자원 전략의 기본 방향은 전통적인 수자원 관리 전략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 기후변화로 인해 홍수와 가뭄이 더욱 심각해 질것으로 전망되므로, 물 관련 재해에 대응하는 수준을 높이고 특히 제 때 에 잘 대응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하는 것이다.
우선 기후변화가 각종 수자원에 미치는 영향 평가와 전국적인 취약성 분석을 통해 취약지역의 수자원 관리상의 문제점을 철저히 진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으로, 홍수 취약지역의 대응책으로 각종 구조물적ㆍ 비구조물적 대책을 보강하는 한편 국민의 방재의식을 고취시킬 필요가 있다. 또한 가뭄 취약지역 의 대응책으로 안정적인 물 공급체계 구축, 수자원 추가개발의 기반 조성, 대체 수자원 시설 확충, 안정적인 물 분배시설 기반 강화, 물 수요 관리에 의한 물 이용 효율성의 제고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효율적인 수자원 관리 법령 및 제도와 하천 및 수자원 관리 조직, 투자 재원의 제도적 확보 등을 강구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 가운데 물 관리 법령 및 제도와 재정 확보는 현대 개념의 유역단위 통합 수자원관리를 위해 가장 중요하다. 우리나라가 특히 취약한 부문이므로 대폭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 같은 수자원 전략을 토대로 정부는 세부 실천계획을 조속히 수립하고 투자 우선순위를 가려 시급한 사업부터 서둘러 실행에 옮겨야 할 것이다. 물 관리는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최우선 과제이다.
윤용남 고려대 명예교수ㆍ수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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