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론이 올 하반기 정치권의 핫이슈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가 개헌론을 제기한 데 이어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도 ‘조건부 논의 가능’ 입장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16일 “4대강 문제 등 각종 현안에 대한 여야 정쟁이 먼저 풀린다는 전제가 있으면 9월 정기국회에서 개헌 논의를 해볼 만하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그러나 “안 대표의 제안은 국면전환용 성격을 갖고 있어 당장 (개헌 논의에) 응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비록 전제조건을 달았지만 연내 논의 가능성을 열어 둔 것이다.
이에 앞서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는 15일 “제왕적 대통령제는 한계에 이르렀고 권력 분산이 필요하다”며 “개인적 소신은 분권형 대통령제로 야당 대표와 자주 만나 개헌에 대해 논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다수 의원들이 개헌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도 개헌론 점화 가능성을 높여준다.
여권의 친이계 주류는 적극적으로 개헌 공론화를 시도할 태세다. 안 대표 외에 김무성 원내대표도 “올해 안에 개헌 문제를 집중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홍준표 최고위원은 안 대표의 개헌론 제기 방식은 비판했지만 “분권형 대통령제는 내용상으로 맞고, 개헌 논의는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도 개헌에 적극적이다. 여권 주류는 현행 대통령 5년 단임제를 다른 권력구조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려 하고 있다. 개헌 시기와 관련해서는 올 하반기가 적기라고 판단하고 있다. 내년 이후가 되면 사실상 총선,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개헌이 어렵기 때문에 올해 적극 추진해야 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개헌 문제를 둘러싸고 각 정파의 이해가 다르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실제 개헌이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당장 한나라당 친박계가 부정적이다. 친박계는 특히 분권형 개헌 논의가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를 겨냥한 정략적 의도를 담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친박계의 핵심 의원은 “안 대표가 개헌 방향까지 정해 개헌론을 제기한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고 정파ㆍ정략적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고 비판했다.
민주당도 개헌 취지에 어느 정도 공감하면서 조건부 논의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실제 적극적이지는 않다. 무엇보다 현 시점에서의 개헌론 제안은 국면전환용 성격이기에 논의에 응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지방선거 이후 여권에 대한 공세를 이어가고 있는 마당에 개헌 논의로 이슈를 빼앗길 필요가 없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 따라서 당장 개헌 논의가 탄력을 받기는 어렵다. 아울러 이명박정부 임기 말이 가까워질수록 개헌 실현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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