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캐플런, 엘런 캐플런 지음ㆍ이지선 옮김
이상 발행ㆍ387쪽ㆍ1만4,800원
대출 안내 편지 한 귀퉁이에 실린 미녀 사진에 홀려 덜컥 대출을 신청한 남성, 잃은 돈을 찾겠다고 점점 더 도박에 빠져들다 재산을 탕진한 사람, 백수(白壽)를 누린 이웃 할머니도 애연가였다며 흡연의 폐해를 부정하는 골초.
이런 예들이 멍청한 남 얘기로만 들리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그다지 솔직하지 못한 사람이다. 내용이나 강도는 다르겠지만, 인간은 누구나 나중에 돌이켜보면 스스로도 어이없어 할 크고 작은 실수를 끊임없이 저지르고 살기 때문이다.
역사가 엘런 캐플런, 영화제작자 마이클 캐플런 모자가 함께 쓴 이 책에서 저자들은 인간을‘Bozo Sapiens’(멍청한 인간)라고 규정한다. 그들은 오류를 범하기 쉬운 인간의 본성을 인지과학, 행동경제학, 신경경제학, 진화생물학, 사회심리학 등의 최신 연구 성과를 토대로 속속들이 파헤친다. 권력자의 오만은 스트레스를 줄이고 기분을 좋게 만드는 호르몬 세로토닌의 영향이라든가, 내가 본 것 혹은 겪은 것은 감각 또는 기억의 오류가 빚은 ‘편집의 결과’라는 등 흥미로운 예들을 담고 있다.
저자들은 이 같은 인간의 본성적인 어리석음을 조금이나마 극복할 대안으로 ‘확률적 사고’를 제안한다. 그것은 “자신이 지배자의 위치에 있다고 자만하지 않고, 혼돈과 복잡성이 숨어있는 상황을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하더라도 한정된 결론을 적용하며 더 넓은 분포의 확률 곡선을 그려가는 것”이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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