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정책실장은 정부 내 최고의 ‘폴리시 메이커(policy-maker)’. 이번 청와대 개편에서 정책실장인선이 각별히 주목 받은 것은, 그 자리에 임명된 백용호(사진) 전 국세청장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백 실장은 통상적인 보스-측근과는 질적으로 다른 관계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1990년대 중반 정치적 실패를 맛봤던 두 사람은 함께 ‘야인(野人)’ 시절을 보낸 끈끈한 인연이 있다. 이후 서울시장과 시정개발연구원장으로 팀을 이뤄 대중교통체계개편 등을 추진했고, 대선 때에는 정책브레인(바른정책연구원장)으로 ‘MB노믹스’의 정책공약을 개발했다.
이런 오랜 인연 탓에 백 실장은 이 대통령의 속마음을 가장 잘 읽는, 그러면서도 정책철학과 비전을 공유하는, 정말로 몇 안 되는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현 정부가 출범한 뒤 백 실장은 ‘원하는 자리’를 갖지 못했다. 그는 애초 자신의 전공인 금융위원장을 희망했지만, 이 대통령은 첫 조각에서 공정거래위원장(장관급)을 맡겼다. 그리고 잇따른 추문으로 추락한 국세청의 전면 개혁 필요성이 제기되자, 이 대통령은 그를 직급까지 낮춰가며 국세청장(차관급)으로 전격 투입했다.
공정거래위원장과 국세청장으로 그를 겪었던 공무원들은 한결같이 “독특한 카리스마를 가진 인물”로 평한다. 큰 맥을 읽을 줄 알고, 자신이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정확히 구분하며, 무엇보다 학자 출신임에도 놀라울 정도로 강력한 조직 장악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책실장으로서 그의 앞날엔 만만치 않은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국정 전반을, 경제 전체를 읽어야 하고, 4대강과 일자리창출, 양극화 해소 같은 복잡한 과제를 풀어야 한다. 그런 만큼 리더십과 추진력 못지 않게 조율ㆍ조정능력도 요구된다. 힘이 실리는 집권초가 아니라, 점차 힘이 달리기 시작하는 후반부라는 점도 유념할 부분이다. 백용호 실장에겐 이제 공정위원장과 국세청장 때 보여준 역량, 거기에 ‘플러스 알파’가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손재언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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