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이 15일(현지시간) 금융위기 재발 방지에 초점을 맞춘 금융개혁법안을 통과시켰다. 친기업 성향의 공화당과 재계의 반발로 초안보다는 다소 누그러졌지만, 1930년대 대공황 당시 금융규제법 도입 이후 가장 획기적인 개혁안을 담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법안은 금융회사의 도덕적 해이에 따른 시스템 리스크를 막기 위해 정부에 강력한 감독 권한을 부여한 게 가장 큰 특징이다. 부실 대형 금융회사가 경제에 위협을 줄 경우 신속히 퇴출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다. 금융회사의 대마불사 관행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금융소비자와 투자자 보호를 강화한 것도 개혁의 핵심이다. 불공정 수수료나 약탈적 고금리 관행으로부터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산하에 독립적인 소비자보호기구를 만들도록 했다. 헤지펀드와 사모펀드 등 고위험 상품에 자기자본의 3% 이상을 투자하지 못하도록 투기적 거래에 대한 규제 근거를 마련한 것도 눈에 띈다.
금융위기 이후 이렇다 할 개혁안을 내놓지 못한 우리로선 미국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미국은 금융위기에 대한 냉철한 반성을 토대로 발 빠르게 대응하는데 우리는 금융개혁의 방향도 잡지 못한 채 헤매고 있다. 오히려 금융 공기업과 KB금융지주 회장 선임 과정의 외압 논란에서 보듯, 관치금융이 부활한 느낌이다. 금융감독 기능을 효율적으로 조정하자는 목소리는 한국은행 금융감독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의 밥그릇 싸움에 뒷전으로 밀려났고, 금융소비자 보호에 주력해야 할 금융감독 당국은 퇴직 후 낙하산 욕심 때문인지 소비자 편에 서기보다는 금융회사를 두둔하는 경우가 많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직후 금융규제 완화와 은행 대형화를 추진했다. 그런 만큼 금융선진국의 규제강화 흐름이 곤혹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파생상품 등 고위험 투자에 대한 규제,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 규제 당국의 일원화와 감독기관의 전문성 강화 등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다. 전 세계적 금융 패러다임의 변화에 발맞춰 국내 현안 해결을 서두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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