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은 최근 2차 전지 산업 육성을 놓고 그야말로 총성 없는 전쟁 중이다. 자동차와 화학 등 연관 효과가 높은 거대 산업이 패러다임의 전환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성공적인 전환의 핵심은 정부의 시장 창출 능력, 경쟁력 있는 완성차 업체와 화학 업체간의 짝짓기다. 한마디로 3박자가 맞아야 한다.
이 와중에 LG화학이 미국의 양대 자동차업체인 GM과 포드에 전기차 배터리를 독점 공급하게 됐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미국 공장 기공식을 전격 방문한 것은 획기적인 사건이다.
완성차는 미국, 일본, 유럽 그리고 2차 전지는 일본, 한국, 중국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현재 가장 앞서 있는 곳은 일본과 미국. 우리나라는 협소한 내수 탓에 앞선 전지 기술에 비해 정부의 인프라 구축, 전기차 개발ㆍ양산이 이들 보다 뒤 처져 있다.
2차 전지 산업은 산요, 소니, 파나소닉과 도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업체들이 주도 해 왔다. 큰 자본이 필요한 셀 제조는 물론 양ㆍ음극활물질과 전해질, 분리막 등 셀 생산의 기반이 되는 소재산업도 발전했다. 반면 우리는 대기업 위주의 셀 제조 기술에서 두각을 나타낼 뿐 기초 소재 분야는 일본에 비해 뒤져 있다는 평가다.
충전소 건설 등 시장을 창출해야 하는 정부의 능력도 일본과 미국이 앞서 있다. 특히 일본은 올 상반기에만 전기차 충전소를 155대나 건설한다. 닛산은 독자적으로 올해 말까지 200개의 자사 매장에 충전장치를 설치할 계획이다. 일본 정부는 보조금 정책을 통해 전기차 상용화도 장려하고 있다. 정부가 친환경차량에 대해 77만엔(약920만원)을 보조, 소비자는 닛산의 전기차 리프를 299만엔(약3,580만원), 미쓰비시의 전기차 아이미브를 284만엔(약3,400만원)에 살 수 있다. 이 같은 민관의 조화로 일본의 2차 전지 업체와 자동차 업체는 시장에 대한 확신을 갖고 앞다퉈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다.
미국도 정부가 나서 올해 선보일 GM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량 볼트를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이 자국 산업의 자존심이었으나 일본 업체에 주도권을 내준 뒤 전기차로 다시 전세를 뒤집겠다는 전략이다. 금융위기로 파산보호 상태였던 GM이 볼트를 내놓을 수 있는 것도 오바마 정부의 산업 전략이 밑바탕이 됐고, 오바마 대통령이 LG화학 미국공장 기공식에 모습을 드러낸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우리 뒤에서는 중국과 인도가 쫓아 오고 있다. 가능성만 인정 받았던 중국의 2차전지 업체 BYD는 최근 단순히 전지 생산을 넘어 독일의 다임러 그룹과 전기차를 공동생산하기로 했다. 인도의 전기차 업체 레바는 소형 전기차 시장에서 이미 상당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앞에는 일본, 미국 뒤에는 중국, 인도 사이에 한국이 갇혀 있는 셈이다. 13일 녹색성장위원회 보고대회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2차 전지 산업에 대한 투자를 독려한 것도 이 때문이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10년 안에 자동차에 대한 모든 것이 바뀔 것"이라며 "미래 먹거리를 위해서는 우리 정부가 충전소 건립, 세제 혜택 등에 대해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청사진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태희기자 bigsmil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