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설문조사를 보면 올해 여름에는 작년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여름휴가를 보낼 것이며, 해외여행도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지난 2년간 환율과 경제위기, 신종 인플루엔자 등으로 억제되었던 여행욕구가 풀리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사회학자인 호이징하가 놀이하는 특성으로 인간을 정의하듯이 여행과 관광은 인간의 기본적 욕구다. 따라서 이런 욕구는 외적인 환경으로 인하여 일시적으로 위축되더라도 일정 조건에 도달하면 가장 먼저 회복되는 탄력성을 지니고 있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여행을 떠나려 할까? 사람에게 여행과 쉼은 필수적인 충전 과정이며 인간다움을 회복하는 기회이다. 늘 긴장하면서 만성적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경쟁사회의 삶 속에서 휴가는 우리에게 일상에서 보지 못하던 자연과 문화, 그리고 사람이 있음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그래서 휴가를 ‘창조적 카오스’를 경험하는 순간이라고 말한다.
질서의 세상에서 집과 직장의 규칙이 무시되는 무질서의 세상으로 떠나 새로운 생활을 경험하는 것이다. 그 속에서 나무와 숲의 향기를 들이마시게 되고, 새로운 흥미거리를 찾아 여행지의 박물관과 전시관도 다니게 된다. 또한 같이 간 가족이나 친구들과도 평소와는 다른 인간적인 주제로 담소를 나누면서 소통과 공감대를 넓혀 나가게 된다. 이런 무질서의 경험은 새로운 창의적 자극과 함께 다시금 건강하게 질서의 세상으로 되돌아갈 수 있도록 한다.
휴가가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휴가가 오히려 피로와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후유증을 남기는 경우도 많다. 제대로 보내지 못한 휴가는 일상생활로 돌아온 후에 원활한 활동을 방해하고 오히려 불규칙해진 습관으로 생활리듬을 잃는 부정적인 효과를 낳는다. 따라서 휴가를 어떻게 잘 보낼 것인가도 계획되고 준비되어야 한다.
우선 휴가의 의미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여유로움이 필요하다. 준비하는 과정부터 이미 여행은 시작된 것이며, 길이 막히는 여정도 여행의 일부로 즐길 수 있어야 한다. 휴양지에서 무언가를 많이 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에서도 벗어나 천천히 산책하고 자신을 돌아보며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 휴가기간도 좀 넉넉히 갖는 것이 좋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이번 여름휴가를 평균 4.1일 갖는다고 한다. 가고 오는데 사용되는 시간에 비해 여행지에서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 보통 유럽인들이 한 달 정도 휴가를 보내면서 평소 관심 있던 주제를 찾아 여유 있게 여행하는 것을 배울 필요도 있다.
또한 지혜로운 휴가계획도 세워볼 수 있다. 아이들의 방학과 직장 사정에 따라 휴가 시기가 겹치면서 여행지 혼잡이 문제가 되고 있다. 유명 관광지로의 과도한 집중과 혼잡은 바가지요금, 불친절, 쓰레기 등으로 인한 또 다른 휴가 스트레스를 야기한다. 따라서 색다른 휴가 계획을 세워볼 수 있다.
2009년에 국내여행의 4.6%를 차지하였던 도보 여행도 한 방법이다. 대신 덜 알려졌지만 매력적인 도보 여행지를 찾아가야 한다. 지역주민이 운영하는 농산어촌 관광마을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전통적인 놀이와 직접 재배한 농수산물을 맛보며 새로운 추억을 만들 수 있다. 한국 슬로시티 본부가 지정한 슬로시티 지역을 여행하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지역 정서를 느끼고 아름다운 경관과 함께 토속적인 음식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대나무가 가느다란 줄기로도 높이 뻗어갈 수 있는 것은 중간에 마디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잠시 쉬어가는 휴가는 우리 삶의 마디이다. 휴가를 통해 앞만 보고 달리던 우리 생활과 생각을 정리하고 신체적으로도 건강을 회복할 수 있다. 소비되는 시간이 아니라 창조하는 기회로서의 여유 있고 충분히 쉬는 휴가를 기대해 본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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