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튜 스튜어트 지음ㆍ이원재 등 옮김
청림출판 발행ㆍ448쪽ㆍ1만6,000원
19세기 독일철학에 대한 논문을 쓰다가 불쑥 써본 이력서가 경영컨설팅회사 대표의 눈에 띄어, 얼결에 컨설턴트가 된 이단아가 털어놓는 경영학의 진실이다. 냉소로 느껴질 정도의 직설로 현대인이 경영에 대해 품고 있는 환상을 무너뜨린다. 탄탄한 인문학 내공과 감칠맛 나는 문장 덕에, 독설 덩어리일 수 있는 책의 둥치에 경쾌한 리듬이 감겨있다.
“프란시스 베이컨은 우상이란 ‘세계에 대한 일련의 오해를 가져다주고 비합리적인 행태를 유지하는 마음이 만든 환상’이라고 정의했다. 경영이라는 아이디어는 우리 시대의 우상이다. 그것은 많은 얇은 물음표에 대한 두꺼운 대답이다… (경영학의) 대가들의 책을 덮고 나면 마치 큰 과자 봉지의 바닥을 짚을 때의 느낌을 받는다. 먹을 때는 기분 좋지만 결국 마지막 느낌은 뭐랄까, 아주 찝찝하다.”
저자는 경영 컨설턴트들을 “기업의 리스크를 극복하기 위해 고민하는 사람이 아닌, 기업으로부터 더 많은 돈을 받아내기 위한 궁리로 가득 찬 사람들”이라고 규정한다. 맥킨지와 AT커니 등 세계적 컨설팅 기업에서 오래 일한 저자의 이런 주장은 일종의 내부고발인 셈. 그는 “그들은 필요에 따라 IT 전문가가 되기도 하고 항공산업 전문가로 둔갑하기도 한다”며 MBA 간판을 단 얼치기들을 믿지 말라고 당부한다.
책은 네 부분으로 구성돼 있는데 각각 ‘경영의 아버지’로 불리는 4명의 대가_ 과학적 경영론의 프레데릭 윈슬로, 인간중심 경영론의 엘턴 메이오, 경영전략학의 효시 마이클 포터, 경영학을 대중화시킨 톰 피터스_ 를 조목조목 비판하는 장이다. 저자는 이들의 책보다는 차라리 좋은 소설을 읽으라고 권한다. 화합과 분석의 능력, 큰 그림을 보면서 세세한 내용을 동시에 살필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은 결국 철학이라는 것이 그의 결론이다.
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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