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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일없는 아파트 통 반장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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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일없는 아파트 통 반장 어쩌나…

입력
2010.07.16 0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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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의정부시 호원동 A아파트에 사는 백모(65·여)씨는 입주한 지 5년이 넘었지만 통장이나 반장을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자신이 몇 통 몇 반에 속하는지조차도 모른다. 그래도 사는 데 불편은 없다. 행정기관 공지 사항은 관리사무소가 동 입구나 엘리베이터 안에 붙여 놓고, 단지 내 이슈는 입주자대표회의가 결정한다. 백씨는 “여기에도 분명 통·반장이 있겠지만 아파트라 그런지 눈에 띄지 않는데요”라고 말했다.

빛 바랜 통·반장

아파트에서 통·반장을 모르는 것은 백씨만이 아니다. 그만큼 아파트에서 통·반장 역할은 미미하다. 바로 아파트가 가진 특성 때문이다.

주택법에 의해 300가구 이상 공동주택과 승강기가 설치됐거나 중앙난방식인 150가구 이상 공동주택은 의무 관리 대상이어서 동대표들로 구성된 입주자대표회의가 각종 규정을 만들어 관리하거나 전문 관리 업체에 위탁해야 한다. 따라서 대부분의 아파트는 입주자대표자회의가 단지 안 전기 도로 주차장 가스설비 승강기 등을 유지 ·관리한다. 리모델링도 이들 소관이고 이해가 상반되는 크고 작은 사항에 대한 조정도 맡는다. 그래서 주민들에겐 입주자대표회의 결정을 집행하는 관리사무소가 주된 민원 창구다. 통장들의 역할은 예비군훈련 통지서나 지방세 고지서를 돌리는 정도에 그친다. 요즘엔 고지서를 우편 발송하는 지방자치단체들이 늘면서 이 역할마저 사라진 곳이 많다. 반상회도 거의 자취를 감춰 반장들도 일이 없다. 의정부시 B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동주민센터도 아파트에 알릴 사항은 통·반장을 거치지 않고 바로 관리사무소로 연락한다”고 말했다.

불안한 동거

지난해 초 서울 은평구의 한 신축 아파트단지에서는 입주자대표회의와 통장들이 심각한 갈등을 겪었다. 공사가 당초 약속대로 진행되지 않자 시공사와 구청에 민원을 제기하기 위해 주민 서명을 받는 과정에서 입주자대표회의가 통장들에게 사전 협조를 구하지 않은 게 발단이 됐다. 양측의 갈등이 증폭되면서 일부 동대표들은 동주민센터와 구청에 통장 해촉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런 일은 다른 곳에서도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다. 대구에서 10년 가까이 아파트 동대표를 맡았던 이모씨는 “생각이 달라 사사건건 부딪히다 구청에 해촉 민원을 넣었지만 동장 권한이라며 바꿔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파트단지의 통장들도 고충이 크다.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는 주민들에게 오해를 받고 구설에 오르기 쉽다. 경기 수원시 영통구 아파트촌의 한 통장은 “통장은 재산과 관련한 민원을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입주자대표회의와 통장 간 갈등은 서로의 상이한 성격에서 기인한다. 입주자대표회의 역할이 사적 영역인데 비해 통·반장은 지방행정의 말단 조직으로 준공무원 성격이 강하다.

이대로 좋은가

2005년 인구주택총조사에서 전국의 아파트는 전체 주택 가운데 약 53%를 차지했다. 대구 대전 울산 경기의 아파트 비율은 이미 60%를 돌파했고, 광주는 무려 71%였다. 통ㆍ반장 폐지론이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폐지 여론은 알지만 50년간 지속된 통·반장 제도를 갑자기 바꾸면 혼란이 발생할 수 있어 일단 지켜보는 중”이라고 밝혔다.

강주형기자 cubie@hk.co.kr

김창훈기자 chkim@hk.co.kr

■ 통장 月 20만원… 반장은 명절때 5만원

기초자치단체들은 읍면 지역에는 리를, 동에는 통을 두고 다시 리와 통 아래에는 반을 두고 있다. 이장은 지방자치법이 시행된 1949년부터, 통·반장은 1961년 이후 현재 같은 형태로 운영돼 왔다. 지방자치법은 하부 조직을 둘 수 있다고만 정해 놓아 실질적으로는 각 기초단체가 조례로 이를 규정한다. 전국 최대 기초단체인 경기 수원시의 설치 조례를 보면 반은 20~80가구(공동주택은 150가구) 이상으로 이뤄지고, 4~10개 반이 모이면 통이 된다. 가장 작은 동은 통장이 14명이고, 규모가 큰 동은 60명이 넘는다.

통·반장 임무는 행정 시책 홍보와 주민 여론 보고, 주민 생활 지원 및 거주 여부 파악 등이다. 통장은 동장이 위촉하고, 반장도 통장 추천을 받아 동장이 위촉한다. 통과 반을 구성하는 가구수와 통·반장 임기, 모집 방법 등은 차이가 있지만 임무와 위촉 형태는 대동소이하다.

올해 1월 현재 전국에 통은 5만5,402개, 리는 3만6,463개 있고, 반은 47만5,754개나 된다. 이중에는 통·리·반장이 공석인 곳도 있고, 재개발 등이 진행돼 위촉하지 않은 지역도 있다.

통·리·반장 활동비는 행정안전부가 상한선을 정해 놓았다. 통·리장은 한 달에 20만원을 월정액으로 받고, 상여금은 연 200%다. 회의에 참석하면 회의수당이 한 차례에 2만원씩 나오고, 고지서 등을 돌리면 장당 수당도 떨어진다. 연봉으로 치면 평균 320만원대다. 여기에 지방자치단체들은 장학금 조례를 만들어 통·리장 자녀의 고교 학비도 지원한다. 반면 반장은 명절 때 나오는 5만원이 전부다. 통ㆍ리ㆍ반장에게 지급되는 돈은 연간 3,200여억원이다.

김창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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