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 음식점을 찾아 그 비법을 물어보면 '장맛은 며느리에게도 안 알려준다'는 시어머니의 지조 섞인 자부심을 들을 수 있다. 행여나 가게 음식 맛의 비밀이 널리 알려져 특이성을 잃지나 않을까 염려하는 음식점 사장들의 '문단속' 방법이다.
골키퍼 이운재(37ㆍ수원)도 승부차기에 관한 한 자신만의 비법을 터득한 '달인'으로 불린다. 그런 그가 장차 자신에게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는 '승부차기의 노하우'를 어렵게 공개했다. 골키퍼와 키커 사이의 치열한 심리 싸움인 승부차기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그의 비법이 과연 무엇인지 들여다봤다.
키커의 시선은 속임수다
자신만의 '승부차기 필승 비법'을 갖고 있는 이운재는 2002년 한일월드컵 스페인과 8강 승부차기에서 멋진 선방을 펼쳐 한국의 4강 진출을 이끌었다.
이운재의 노하우는 키커의 눈을 세심하게 관찰 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이운재는 "키커는 승부차기에서 두 차례 결정적인 시선을 던지는데 이를 잘 포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키커가 공을 놓은 후와 슈팅을 때리기 바로 직전에 골문의 어느 한쪽을 쳐다본다. 하지만 이 시선은 속임수일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키커가 쳐다본 반대쪽으로 찰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14일 부산과 포스코컵 8강 경기에서 이운재가 김근철의 승부차기를 막아낸 비법도 '키커의 속임수'를 역이용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승부차기에서 키커와 골키퍼는 끊임 없이 심리전을 벌인다. 골키퍼와 키커는 사소한 동작 하나로 서로를 속이려 든다. 슈팅을 하기까지의 시간이 길면 길수록 심리전은 더욱 고조된다. 이로 인해 이운재는 키커가 공을 놓고 멀리 걸어간다면 이를 아예 쳐다보지 않는다. 그는 "만약 키커가 멀리서 달려온다면 키커를 관찰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져 오히려 머리 속이 더 복잡해진다. 이런 까닭에 키커가 공 가까이에 접근했을 때의 동작을 포착한다"고 털어놓았다.
확신이 서지 않을 땐 키커를 유도하라
이운재는 10차례 이상 승부차기 승부를 해본 K리그 골키퍼 중 최고 승률을 자랑한다. 그는 K리그 12경기에서 11승1패를 기록했다. 무려 91.66%에 달하는 승률. 그는 26차례의 방어에 성공했고, 32골을 먹었다. 26번의 방어 중에는 상대의 실축도 포함됐다. 99년 첫 번째 승부차기 패배를 안겼던 박철우(당시 전남) 역시 13승3패(81.25%)로 이운재 다음으로 높은 승부차기 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달인' 이운재도 승부차기에서 30~40% 정도만 방향을 예측할 뿐이다. 슈팅방향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을 때 이운재는 키커가 차는 방향을 보고서야 몸을 움직인다. 이운재는 이처럼 확신이 없을 때 제스처로 키커가 차는 방향을 유도하기도 한다. 그는 "슈팅 전에 내가 왼쪽으로 움직이는 제스처를 취하면 키커가 나의 오른쪽으로 차는 경향이 있다. 이럴 때는 왼쪽으로 향하는 척하다가 오른쪽으로 몸을 날려 슈팅을 막아낸다"고 고백했다.
골키퍼 코치가 상대 키커의 습성을 알고 알려주는 경우도 있다. 이운재는 "승부차기를 앞두고 골키퍼는 어떤 선수가 키커로 나서는지 알 수 없다. 따라서 키커가 정해지면 벤치 쪽을 보는데 골키퍼 코치가 키커의 습성을 알려줘 슈팅방향을 예측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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