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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촛불 부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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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촛불 부메랑

입력
2010.07.15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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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권 5년은 촛불로 시작해서 촛불로 끝날지도 모르겠다. 정권 초기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를 불쏘시개로 촛불이 활활 타오르자 그 본뜻을 성찰하지 못하고 잘못 다룬 결과가 이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시민단체나 반대세력에 대한 억압과 보복, 사찰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그런데 그 뿌리는 대개 2008년 상반기 촛불에 닿아 있다. 검찰이 안팎의 반대의견에도 불구하고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보도한 PD수첩 제작진을 무리하게 기소한 것이나, 촛불 참가자들을 끈질기게 추적해 형사처벌해온 것이나, 촛불에 참여한 시민단체의 돈줄을 틀어막은 것이 그 예다. 그 과정에서 국가정보원의 시민단체 지원 기업들에 대한 사찰 및 압력 의혹도 제기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을 불러온 박연차 전 태광그룹 회장 세무조사와 검찰수사도 촛불 이후 반대세력을 옥죄려는 일련의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았다.

뒤늦게 불거졌지만,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 사찰 역시 2년 전 촛불에서 비롯됐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촛불 사태 직후 만들어졌고, 공직자 비위 감찰이라는 본연의 기능에서 벗어나 정권 반대세력에 대한 사찰에 나섰으며, 사찰 피해자인 민간인 김종익씨에게 친노 진영에 돈을 댔는지 추궁한 점 등이 이를 뒷받침하는 정황들이다.

되짚어보면, 촛불이 화력을 더해가던 2008년 5월 말 이명박 대통령의 '촛불 배후' 발언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그 많은 촛불을 누구 돈으로 샀는지, 누가 주도했는지 밝혀내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이었다. 이 발언은 아직은 작아 보였던 촛불에 기름을 끼얹는 효과를 가져왔다.

하지만 대통령의 불호령에 정보ㆍ사정기관은 기민하게 움직였다. 추적은 집요하고 위압적이었다. 대통령은 촛불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와 반성을 두 차례나 했지만, 촛불참여자와 반대세력에 대한 응징은 한치의 관용도 없이 이어졌다.

현 정권이 임기 후 나쁜 평가를 받게 된다면, 그 원인의 상당부분은 촛불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촛불을 초래한 잘못보다, 촛불에 대한 잘못된 판단과 잘못된 대응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사실 정권 초기에 일어난 촛불은 이 정권에게 기회였다. 초기의 실수를 반면교사로 삼아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쪽으로 선회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촛불 이후 강경한 사법적 대응과 시민단체 등에 대한 외압ㆍ사찰논란이 잇따르면서 국민의 마음은 정권으로부터 멀어져 갔다.

6ㆍ2지방선거에서 여당에 참패를 안겨준 젊은 유권자들 중에는 이 대통령이 선거 얼마 전 '촛불집회를 사과하는 이가 없다'고 한 발언에 반발해 투표에 참여했다는 이도 있었다(한국일보 6월4일자). 흔히 현 정권의 소통 부재를 말하는데, 그것은 정권의 협량(狹量)을 달리 표현한 것이다. 반대세력의 주장에 귀 닫고, 나아가 무시하고 배제하는 태도가 사람들을 숨막히게 하고 있다.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은 검찰 손에 넘어가 있다. 정권으로선 이 참에 잘못을 바로잡고 새로운 면모를 보일 수 있는 또 한번의 기회다. 검찰도 추락한 신뢰를 회복하고 정권에 전화위복의 전기를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적당한 선에서 꼬리를 자르고 어물쩍 넘어갈 수도 있다. 어떤 길을 택할지는 정권과 검찰 스스로에 달렸다.

김상철 사회부장 sc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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