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범죄 두려움 때문에 늘 불안해요. 폐쇄회로(CC)TV를 학교 곳곳에 설치해 주세요." "방과후학교 교사의 질을 높여 주세요. 저소득층이 이용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어요."
소통과 대화를 화두로 내건 오세훈 서울시장이 15일 '학교안전과 방과후학교'를 주제로 초등학교 학부모들과 마주했다. 이날 오후 2시 관악구 소재 서울영어마을 관악캠프에 온 학부모 130여명은 기다렸다는 듯 평소 담아뒀던 불만과 서울시에 바라는 소망을 오 시장에게 쉴새 없이 던졌다. 학부모 외에 현직 교사의 모습이 보였고, 행사장소와 멀리 떨어진 노원ㆍ중랑ㆍ광진구 등에서 아이 손을 잡고 참석한 부모들도 적지 않았다.
분위기는 예상보다 뜨거웠다. 눈물로 호소하기도 했고, 거친 성토가 나오기도 하는 등 학부모들의 절실한 의견들이 100분 내내 쏟아졌다. 질문하려는 학부모가 너무 많아 진행자가 매번 선별해 거명해야 할 정도였다.
학부모들이 가장 시급히 요구한 사항은 학교 안전 문제였다. 최근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교내 성폭행ㆍ성추행 사건 탓인지 학부모들은 서울시에 안전대책 마련을 강하게 요구했다.
"학교 정문과 후문에 수위를 둬 달라." "CCTV를 강남구 등 부자 동네에만 설치하지 말고 골고루 세워 달라." "학교 담장을 허무는 바람에 어른들이 학교에 수시로 출입해 불안하다." 등 갖가지 요구와 불만들이 쏟아졌다. 일부 학부모는 자신의 경험을 직접 거론하며 "할 이야기는 너무 많지만 한 번 말하기 시작하면 너무 오래 걸릴 것 같아 자제하겠다"며 울분을 삼키기도 했다.
경청하던 오 시장은 "예산 문제 때문에 학부모들이 만족할 만큼 CCTV를 충분히 설치하지 못하고 있다"며 "교육 예산을 4년 동안 1조원을 조성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답변했다.
방과후학교에 대해서도 학부모들은 할 말이 많았다. 방과후학교 수업을 다양화하고, 사교육 수준으로 강사의 질을 높여달라고 주문했다. 맞벌이 부부가 퇴근 후 자녀를 데려갈 수 있도록 수업시간을 저녁 늦게까지 연장해 달라는 요구도 있었다. 오 시장은 "양질의 강사를 한꺼번에 확보하는 것은 단기간에 쉽지 않다"며 "급한 것부터, 많은 사람이 혜택을 받는 정책부터 순차적으로 처리하겠다"고 대답했다.
일부 학부모는 쓴 소리도 했다. 지방선거 때 오 시장을 찍지 않았다는 한 학부모는 "단체장들이 약속만 하고 지키지 않은 경우를 너무 많이 봤다. 학부모들의 수많은 요구 가운데 임기 중 몇 개라도 꼭 실천해 달라"고 지적했다.
적지 않은 학부모가 서울시와 교육청의 역할을 구분하지 못하고 교육청이 해야 할 일까지 요구해 오 시장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오 시장은 "이럴 줄 알았으면 곽노현 교육감을 모시고 올 걸 그랬다"며 "곽 교육감에게 학부모들의 의견을 잘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말미에 시 교육청과 의견차이를 보이고 있는 무상급식 문제를 직접 거론했다. 민감한 주제였지만 일부 학부모가 "전면 무상급식은 다소 시기상조다", "질이 보장되지 않는 무상급식은 반대한다"며 오 시장과 비슷한 견해를 피력하자 이에 고무된 듯했다.
오 시장은 "전면 무상급식을 주장하던 분들도 현실적으로 실행에 옮기는 게 힘들다는 걸 깨달은 것 같다"며 저소득층부터 무상급식을 우선 실시하자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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