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역에 레저사업을 추진하던 롯데그룹과 CJ그룹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지방 권력이 야권으로 넘어가면서 이들 기업이 준비해온 각종 숙원사업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은 신격호 회장의 30년 야심작인 인천시 계양산골프장 개발 사업이 좌초 위기에 직면했다. 계양구 다남동 일대 71만7,000㎡ 부지에 80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2012년 12홀 규모의 골프장을 개장할 계획이었지만, 6ㆍ2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민주당 송영길 시장이 공개적으로 골프장 건설 반대 입장을 천명한 것. 송 시장은 "계양산을 가족친화적 공원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요구가 압도적으로 많다"면서 "반딧불이와 도룡뇽 등 법적 보호종이 서식하고 있어 골프장 계획을 재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롯데그룹은 일단 공식적인 입장 발표를 자제하고 있다. 정치적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대신 "골프장 사업에 대한 승인이 이뤄진 상태인 만큼 신임 시장이 아예 중단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얘기한다. 하지만 내부에선 시민사회단체의 거센 반발이 있는 터라 자칫 신 회장의 숙원 사업이 무산될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옹진군 굴업도에 관광단지 조성을 추진해온 CJ그룹의 상황도 비슷하다. 계열사인 C&II레저산업이 2013년까지 3,900억원을 들여 골프장ㆍ호텔ㆍ요트장ㆍ콘도미니엄을 갖춘 해상리조트 '오션 파크'를 만들 계획이었지만, 환경단체의 거센 반발에 부닥쳐 최근 관광단지 지정 신청 취하서를 제출한 것. 이 곳 역시 송 시장이 멸종위기 야생동물과 천연기념물이 다수 서식해 생태적 가치가 풍부하다는 이유로 공개적으로 골프장을 포함하는 관광단지 조성에 반대해왔었다.
그런데 CJ그룹 관계자들은 이재현 회장의 의지가 여전하다는 점 때문에 고민이 깊다. 이미 굴업도의 96%를 C&II레저산업이 소유한 상태라 내부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굴업도 개발을 추진할 것이란 얘기가 적지 않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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