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다.'(The war begins)
국내 휴대폰 중견업체인 팬택이 전략 스마트폰 베가(vega)를 내놓고 전쟁을 선포했다. 상대는 미국 애플. 박병엽 팬택 부회장은 "이번에 되지 않으면 국내 사업을 접겠다"며 배수진을 쳤다.
15일 베가 발표회가 열린 서울 상암동 팬택 사옥은 분위기부터 비장했다. 전면 단상 LCD 화면에 커다랗게 전쟁을 알리는 영어 문구('The war begins')를 띄워 놓았다. 발표회에 앞서 틀어준 동영상도 도전적이다. 애니메이션 을 인용한 동영상은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를 이윤을 위해 이용자를 맹목적 추종자로 세뇌시킨 '빅 브라더'로 묘사했다.
단상에 올라선 박 부회장은 자기 반성부터 시작했다. 그는 "애플이 아무도 예상못한 아이폰을 들고 나와 지각변동을 일으켰다"며 "생존 위기를 느낀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박 부회장은 "도전 과제를 준 스티브 잡스가 고맙다"며 "2,300명의 개발자를 총동원하고 20년 동안 쌓은 통신 기술을 담아 애플 아이폰4와 경쟁할 제품을 만들었다"고 베가를 소개했다. 베가는 직녀성과 먹이를 향해 하강하는 독수리라는 뜻을 갖고있다.
발표회장 한 켠에 아이폰4와 나란히 전시된 베가는 구글의 휴대폰 운용체제(OS) 안드로이드 2.1을 탑재한 스마트폰이다. 정전식 3.7인치 능동형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화면에 두께 10.95㎜, 무게 114g으로 얇고 가볍다. 박 부회장은 휴대폰 하단을 잡으면 수신 장애가 발생한다는 아이폰4를 빗대서 "우리는 특정 부위를 잡지 말라는 얘기를 하지 않는다"며"통합형 안테나를 이용해 수신 감도가 좋다"고 말했다.
박 부회장은"전세계에서 베가와 아이폰4, 삼성전자의 갤럭시S 3가지만 4세대폰"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정보기술(IT) 강국인 한국 기업으로서 아이폰을 보고 자존심 많이 상했다"며 "그러나 베가로 IT강국의 자존심을 회복하겠다"고 역설했다.
국내 시장 환경에 대한 아쉬움도 거침없이 드러냈다. 박 부회장은 "요즘 SK텔레콤이 삼성전자의 갤럭시S에만 전력투구한다"며 "통신업체가 특정 제조사에만 치우치면 10개월 뒤에 불이익이 나타난다"고 경고했다. 그는 "특정 제조사의 독점적 지배구조를 깨기 힘들어 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 부회장은 "승부수를 던졌는데도 제대로 대해주지 않으면 국내사업을 하지 않겠다. 해외에 제품 달라는 업체들이 많다"며 "하지만 SK텔레콤이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팬택은 베가를 앞세워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30%를 점유하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올해 세계 시장을 겨냥한 16종의 스마트폰을 내놓는다. 박 부회장은 "국내에서 베가를 50만대 정도 팔아야 한다"며 "2분기 영업이익은 6.7% 가량 된다"고 밝혔다. 팬택은 SK텔레콤 가입자용인 베가를 16일에 검정색부터 예약 판매하고 흰색, 분홍색, 금색 등은 다음달에 내놓는다. 가격은 미정이나 90만원대가 될 전망이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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