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파업이 보름을 넘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단체협약 및 임금협상 결렬로 1일부터 총파업을 벌이고 있다. KBS에는 노조가 둘 있다. 하나는 2008년 8월 언론노조를 탈퇴한 KBS노조다. KBS 전체 조합원의 80%가 가입된 제1노조다. 제2노조는 언노련 KBS본부다. 조합원은 900여명에 불과하지만 본사 기준으로 PD의 80%, 기자의 절반이 가입돼 있어 영향력이 적지 않다. 속내야 어떻든, KBS 제2노조 역시 방송파업의 단골 메뉴인‘독립성과 공정성’을 내걸었다. 김인규 사장이 오면서 KBS가 양심을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파업은 효과가 중요하다. 업무가 마비되고, 생산이 중단되고, 열차가 멈춰야 한다. 그래야 경제적 손실이나 국민의 불편과 불만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능하면 노조의 무리한 요구도 들어준다. 현대중공업이 14일 노조와 16년째 무쟁의 임단협을 체결하면서 격려금과 우리사주를 주기로 한 것도 파업으로 인한 손실보다는 더 경제적이란 계산이다. 방송파업의 최대 무기는 프로그램 제작과 출연 거부다. 땜질방송, 재탕방송으로 쏟아지는 시청자들의 불만도 질 높은 방송, 공정한 보도, 방송의 공익성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니 참아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파업효과도 예전 같지 않다. 우선 국민의 시선과 의식부터 달라졌다. 불법 파업ㆍ정치파업에 냉담하다. 집단이기주의를 비난한다. 이런 변화는 기업들까지 변하게 만들었다. 더 이상 노조에 끌려 다니지 않으려 한다. 지난 연말 코레일은 물류대란을 각오하고 노조의 불법파업에 엄하게 대응했고, 기아차는 지금“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타임오프제를 무시한 노조의 전임자수 요구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직권중재 대신 공익사업장의 운영 중단을 막는 필수유지업무제도를 도입한 것도 파업효과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며칠만 파업하면 난리가 났던 방송 역시 달라졌다. 지난해 YTN과 지난 4월의 MBC파업만 해도 그렇다. 낙하산 인사를 정권의 방송장악음모와 연결해 장기간 파업했지만 국민들은 무관심했다. 심지어 파업하는지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다. 예상보다 방송파행도 적었고, 시청자 불만도 예전 같지 않았다. 방송환경이 다채널시대로 바뀐 덕분에 더 이상 지상파 방송만 고집하지 않는다. 얼마든지 대체채널이 있다. 잦은 파업으로 대체 인력과 프로그램에 대한‘노하우’도 생겼다. 이래저래 방송파업도 힘들고 맥 빠지게 됐다.
이대현 논설위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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