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예산편성의 주안점을 재정건전성 회복에 두겠다고 밝힌 데 이어 민관이 참여하는 ‘재정건전성 관리위원회’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한다. 취지는 금융위기 극복과정에서 취약해진 재정구조를 체계적으로 점검하고 건전성 제고방안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툭하면 위원회를 앞세우는 발상에 거부감이 들고, 민관의 잡다한 이해와 상반된 의견 때문에 적절한 결론을 낼지도 의문이다. 하지만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해 시작하는 일이라면 작은 이해를 버리고 넓고 큰 안목으로 모범적인 모델을 도출하기 바란다.
앞서 정부는 올해 GDP 대비 4.1%에 이른 재정수지(관리대상수지) 적자를 2014년 흑자로 전환한다는 방침 아래 ‘텐-텐 전략’과 ‘페이고(Paygo) 원칙’의 도입을 추진키로 했다. 전자는 각 부처의 사업을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해 재량지출을 10% 이상 줄이고, 사업 추진단계에서 타당성 조사 의무화 등 지출효율화 10대원칙을 지키도록 한다는 것이다. ‘Pay as you go’의 약어인 후자는 의무지출(근거와 요건이 법률에 규정된 지출) 정책을 추진할 때 재원확보 대책을 함께 검토하는 것이다.
재정관리위 설치는 5월의 재정전략회의에서 제안된 것으로, 기능은 재정현황 점검과 함께 재정규율에 관한 사항과 재정규모ㆍ국가채무ㆍ재정수지 등 재정총량의 관리를 위한 사항의 심의조정으로 요약된다. 남유럽 발 재정위기로 세계경제가 또다시 혼돈에 빠지고 토론토 G20 정상회의에서 재정건전성문제가 집중 논의됐던 만큼 8월 출범예정인 이 위원회의 의미는 더욱 크다.
문제는 실효성 있는 재정규율을 담아낼 수 있느냐는 것이다. 페이고 원칙만 해도 이를 입법화한 미국과 달리 정부는 원칙의 취지를 예산편성 때 반영하겠다는 정도다. 겉으론 새 제도 도입에 따른 세수 및 지출 규모의 추계를 위한 인프라 미비를 내세우지만 포퓰리즘 입법을 쏟아내는 국회를 더 의식하는 눈치다. 지출 증가율이 세입증가율보다 더 낮아야 한다는 등의 엄격한 재정준칙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재정 경직 우려를 이유로 원칙에서부터 물러서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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