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가 설상가상이다.
핵심상업시설로 들어설 5조원 규모의 ‘알파돔시티’개발프로젝트가 토지중도금 납부 차질로 좌초 위기를 맞은 데 이어, 소속 지자체인 성남시가 최근 채무상환유예(모라토리엄)을 선언하면서 판교신도시의 최대 약점으로 지적되어온 상업기반시설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데 더 시간이 걸리게 된 것이다. 성남시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판교특별회계 5,200억원은 다름아닌 판교 도시기반시설을 조성하기 위한 돈. 이재명 성남시장이 “판교의 기반시설을 보완하고 부족한 기반시설 투자를 확대하겠다”던 취임 일성도 한동안은 지키기 어려운 약속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피해자는 입주민들이다. 판교 주민들은 앞으로도 몇 년간은 제대로 쇼핑 한 번 하려면 주변 분당이나 죽전, 혹은 잠실 강남 등으로 나가야 하는 불편을 감수할 것 같다.
알파돔시티는 신분당선 판교역 인근에 들어설 판교신도시의 가장 중심이 될 상업단지. 주상복합(23만1,000㎡), 상업시설(52만8,000㎡), 업무시설(46만2,000㎡), 호텔(6만6,000㎡) 등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그러나 사업차질로 언제 들어설지 기약할 수 없고, 다른 사업에 전용된 판교특별회계 비용 5,200억원 역시 언제 다시 채워질지도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신규 상가 공급이 잇따르고는 있지만, 상당수는 최근에서야 분양을 시작해 준공까지는 1년 이상 더 기다려야 한다. 아직 내수 경기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탓에 일부 통매각으로 팔린 상가를 제외하곤 분양률도 고만고만한 상황. ‘마크시티’와 ‘엑스원스테이트’ 등 최근 분양된 단지형 상가들의 계약률도 25~40% 수준에 그쳐, 현재로선 상권 활성화를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 결국 한동안은 신도시 자생력이 거의 바닥 수준인, 베드타운 처지와 크게 다를 바 없거나 인근 분당에 기대어 살아가야 할 형편이다.
판교 산운마을에 거주하는 주부 황모(45)씨는 “그럴듯한 쇼핑을 할 수 있는 상가다운 상가도 없고, 고작해야 단지 내 상가 정도인데, 이마저도 대부분 부동산 중개업소들로 채워져 생활에 적잖은 불편을 안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 아파트 단지 내 상가는 21개 점포 중 소매점 1곳을 제외하곤 20개 점포가 부동산으로 채워졌다.
대중교통 여건도 판교에 열광했던 청약 분위기에 비하면 적잖이 실망스럽다.
2010년 개통될 것으로 계획됐던 신분당선 판교역은 완공이 1년 이상 연기됐다. 또 성남시가 당초 56개 노선 700대의 버스를 운영하려던 계획도 31개 노선 266개로 줄어들더니, 다시 서울시가 광역 노선의 신설이나 증차에 반대하는 바람에 결국 국토해양부의 조정을 거쳐 광역ㆍ시내ㆍ마을버스를 합해 총 20개 노선 193대로 운영 중이다.
이런 사정은 자연스레 부동산 시장의 악재가 될 것이란 불안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114 조사 결과 서울 수도권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상반기 동안 평균 2.3%가 떨어진 데도, 판교만큼은 유일하게 상승(1.2%)했지만, 최근 일련의 악재는 거래 침체는 물론 시장 가격에도 찬물을 끼얹을 것으로 보인다. 판교 원마을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성남시의 모라토리엄 사태가 판교 최대 약점인 기반시설 부족을 또 다시 부각시킬 우려가 크다”며 “관망세로 돌아선 매수자들도 늘어나는 모습이고 금리 인상까지 겹친 터라 최근 몇 달간 이어진 보합세도 꺾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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