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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놀이에 매료돼 현해탄을 건넌 일본인 타무라 료(田村亮)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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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놀이에 매료돼 현해탄을 건넌 일본인 타무라 료(田村亮)씨

입력
2010.07.15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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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자재로 느리고 빠른 장단을 몰아가며 완성도 있게 구성하는 한국 전통음악이 충격적이었어요.”

12년간 사물놀이에 빠져 지내는 외국인이 있다고 해 찾아간 14일 서울 홍제동의 한 지하 연습실. 먼저 청아한 음색의 해금 연주가 손님을 반겼다. 한쪽에는 북 장구 징 꽹과리가 가지런히 쌓여있고, 개량한복 차림에 장구를 껴안은 일본인 타무라 료(田村亮ㆍ33)씨는 자신이 치는 자진몰이 장단에 빠져 연신 고갯짓 중이었다. 연주를 끝낸 뒤 그는 “예전에는 사물놀이도 음악성을 갖고 연주했는데, 요즘은 짧은 시간에 이벤트로 분위기를 끌어 올리는데 치중하는 것 같아 아쉽다”며 “나만의 독창적인 음악을 만들어 보겠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예술계 고교를 나와 ‘마쯔리(祭[まつ]りㆍ축제)’에서 공연하는 북 연주에 심취한 타무라씨는 대학에 진학하는 대신 세계 민속 타악을 공부하던 중 1998년 한ㆍ일 청년 문화교류행사에 참가했다가 사물놀이를 처음 접했다고 한다. 그는 당시 한국 측 연출을 맡았던 김재철(43) 극단 길라잡이 대표의 제자로 입문, 사물놀이의 세계의 빠져들기 시작했다. 일본으로 돌아간 뒤에도 함께 공연했던 동료들과 사물놀이패를 결성해 연습했다. 스승 김씨는 매년 두 세 차례 일본을 찾아 이들을 가르쳤다.

타무라씨가 아예 한국으로 짐을 싸 들고 온 것은 2004년 9월. 그는 당시 김씨가 운영하던 홍제동 연습실을 찾아가 도제식 교육을 받기 시작했다.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 밥짓고 청소하면서 북 장구 꽹과리를 배웠다. ‘왜 똑바로 못하냐’는 호통과 육두문자에 질겁한 게 한두 번이 아니었고, 때로는 장구채가 날아들기도 했다. ‘아들 가르치듯 하겠다’는 스승의 교육 방식은 함께 시작한 한국인 일본인 제자 2명이 중도 포기할 정도로 혹독했다. “당신도 맞으면서 배웠고, 그래야 제대로 배운다고 했는데, 너무 힘들었어요. 선생님과의 첫 무대(2005년 5월)가 두렵지도 않았고, 큰 감흥도 없었어요.”

3년여를 배웠을 즈음, 사물놀이가 보이기 시작했다. 소리의 차이도 구분했다. 거칠면서 센 경상도, 아기자기하고 예쁜 전라도, 화려한 굿 장단에 비해 소박한 강원도, 다른 지역에 비해 스타일리시하고 화려한 경기도…. 2008년 4월 타무라씨는 스승에게서 “3년 넘게 배웠으니 이제 혼자 갈고 닦으라”는 ‘하산’ 명령을 받았다. 그는 인정 받았다는 생각도 들었으나 스승이 “더 이상 제자를 받지 않겠다”고 해 아쉬움도 커 연습실을 인수하고, 스승이 고안한 모듬북(크기가 다른 북 여러 개를 연주하는 타악)을 계속 연마하고 있다.

타무라씨는 사물놀이를 매개로 한일 양 국민의 거리를 좁히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연습실 인근 선정고등학교와 대안학교인 도시속작은학교에서 사물놀이를 가르쳤다. 최근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특별 연수도 받았다. 그러나 그는 아직 만족하지 못한다고 했다. “모듬북을 더 연습해 연말쯤 선생님과 지인을 모시고 가락걸이(제자가 혼자 공부하겠다고 다짐하는 발표회)를 할 생각입니다.”

글ㆍ사진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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