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문제로 수세에 몰린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빌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다시 손을 내밀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재계 지도자들과의 경제현안 회의에 클린턴을 초청했다.
클린턴이 이 자리에서 어떤 해결책을 주문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클린턴은 현안에 개입하기 보다는 금융규제와 건강보험 개혁 문제로 냉랭해진 백악관과 재계 사이를 중재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1992~2000년 재임 8년간 경제호황으로 '민주당 대통령'이지만 재계에서도 인기를 누렸었다.
전임 대통령들이 국제 현안에서 역할을 찾는 경우가 많은 점에 비추어 보면 클린턴의 이번 경제자문은 이례적이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오바마 대통령에게 그 만큼 클린턴의 도움이 절실하다는 얘기다. 오바마 정부는 여전히 높은 실업률(9.5%)과 경기의 더블딥 우려로 경제에선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선 국민 54%가 오바마의 경제부문 리더십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에 하원 주도권을 넘겨준 1994년의 악몽이 되풀이될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8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인종문제를 건드린 클린턴과 갈등을 빚었지만, 취임 이후 어려울 때면 클린턴에 도움을 청했다. 여기자 2명이 북한에 억류됐을 때도, 클린턴이 평양을 방문해 이 문제를 풀었다. 지난해 아이티 지진사태 때는 조지 W 부시 전대통령과 함께 특사로서 구호작업에 참여했다. 국제문제에 머물던 클린턴의 오바마 지원은 중간선거 박빙지역 민주당 후보 지원유세 등 국내 정치로도 확장돼 있다.
또 오바마 대통령 주변엔 '클린턴의 사람들'이 배치돼 있다. 부인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말고도 백악관 비서실장 람 이매뉴엘, 국가경제위원회(NEC) 의장 래리 서머스, 재무장관 자문역 진 스펄링 등이 대표적이다. 13일에는 백악관 예산국장에 제이콥 류 국무부 부장관이 임명됐는데, 그는 클린턴 정부에서 예산국장을 하며 3년 연속 흑자 재정을 이뤄낸 인물이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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