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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천안함 외교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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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천안함 외교의 교훈

입력
2010.07.15 0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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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사태에 국민 모두가 분노했고 정부는 단호한 대북 제재를 천명했다. 서해에서 대규모 한미 연합해군훈련을 실시하고 유엔 안보리를 통해 북한을 규탄하고 제재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안보리 의장성명은 북한을 주범으로 구체적으로 지목하지 않았다. 서해 한미 연합훈련도 중국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당초 의도대로 실시되지 못할 전망이다.

천안함이 침몰한 3월 26일 이후 불과 110여 일 사이에 대한민국의 국가 안보와 직결된 참으로 중대한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이로부터 우리가 배우지 못한다면 천안함 용사 46명의 희생을 헛되이 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안보를 위험에 빠뜨리는 잘못을 저지르는 일이다.

냉엄한 안보ㆍ외교 현실 절감

무엇보다 우리 군의 군사적 준비태세와 기강을 크게 개선하지 않으면 안 된다. 북한의 위협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우리 군이 보여준 경계태세와 위기대응 능력은 국민의 우려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안보 현실을 감안할 때 군은 정말로 환골탈태해야 한다. 잘 준비된 강력한 군이 존재할 때 천안함 사건과 같은 비극이 재발하지 않을 것이다. 또 외교도 힘을 받을 수 있다.

천안함 사건은 우리의 안보를 둘러싼 국제적 현실을 실감나게 만들었다. 정부가

국제 합동조사단에 진상조사를 맡기고 유엔을 통해 국제적 대북 제재를 모색한 것은 앞으로 중요한 선례로 작용할 것이다. 북한 당국에 이러한 사건이 재발하면 국제적 비난과 제재가 뒤따를 수 있다는 경고를 했다. 중국에는 북한의 군사적 모험 행위가 중국 안보에 매우 민감한 서해의 대규모 한미 군사훈련을 가져올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는 북한의 군사적 모험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천안함 외교는 우리가 처한 안보 현실의 냉엄함과 우리 안보 외교의 미성숙을 드러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첫째, 중국의 한반도 정책은 기본적으로 북한을 포기할 수 없다는 원칙에 기초하고 있다는 사실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중국은 유엔 안보리가 천안함 공격의 당사자로 북한을 구체적으로 지목하거나 북한에 추가 제재를 가하는 것에 반대했다. 자국 안보를 내세워 서해 군사훈련도 반대하고 있다. 우리의 안보 외교는 중국의 이러한 태도를 고려하면서 추진돼야 실패를 거듭하지 않을 수 있다.

둘째, 강화된 한미 동맹과 두 나라 대통령의 친밀함이 천안함 외교에 크게 도움이 되기는 했지만 분명한 한계가 있음을 실감했다. 미국은 국제조사단의 조사결과를 적극 지지하고 우리의 외교적 노력에 힘을 실어주었다. 그러나 미국 역시 자국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안보리 논의 과정이나 서해 연합훈련에 대한 미국의 태도 변화에서 우리는 동맹 미국이 우리보다 중국의 입장을 더 중시하지 않을 수 없는 국제관계의 현실을 읽을 수 있었다.

셋째, 초당적 안보외교의 중요성을 거듭 확인했다. 대한민국은 대북정책이나 한미 동맹에 관한 한, 한 나라가 아니라 두 나라로 갈려있다. 이런 상태로는 어떤 안보 정책도 성공할 수 없다. 대한민국의 안위를 위태롭게 하는 현실이다.

초당적 합의와 정책 관철을

북한의 나쁜 행동을 제재하려고 하면 ‘전쟁이 일어난다’고 비난하고, 대외원조를 크게 늘려가는 마당에 대북 지원은 ‘퍼주기’라고 비판한다. 채찍과 당근을 함께 사용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평범한 진실을 되새기며 조화를 이루는 길을 찾아야 한다.

대통령이 비장한 각오로 대외정책을 발표한 것은 빈틈없이 실행에 옮겨져야 한다. 어떤 이유로든 대통령의 선언과 다짐이 지켜지지 못하면 대통령과 국가의 권위가 함께 실추되는 결과가 초래된다. 애초 실행할 수 없는 정책을 대통령이 국민 앞에 나서서 발표하게 했다면, 대통령을 보좌하는 참모들은 그 놀랄 만한 무능에 책임을 져야 한다. 제대로 된 국가를 만들려면 이것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정진영 경희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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