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행 순간에도 웃고 떠들고… 친구 엄마에 강도짓까지
또래 여학생을 집단폭행하고 숨지자 미션 수행하듯 시신을 유기하고(홍은동 사건), 여학생을 성폭행해 투신 자살케 하고, 엄마를 살해한 후 태연하게 치킨을 시켜먹고….
최근 1315세대가 저지른 흉악범죄 사례는 일일이 들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성인범죄 못지않게 잔혹할 뿐 아니라 범죄 뒤의 행동양태는 죄의식 결여를 넘어 엽기적이기까지 하다. 강도나 성폭행, 심지어 살인까지 1315의 강력범죄는 일반의 예상을 뛰어넘은 지 오래다. 특별한 범행동기도 없다. 홍은동 사건의 현장검증에선 피의자들이 범행을 뉘우치거나 하는 기색을 전혀 보이지 않아 경찰조차 당황했다는 후문이다.
범죄의 주역이 된 1315
지난달 15일 울산의 한 초등학교 6학년 남학생(13) 2명은 정신지체장애가 있는 동급생 A양을 학교 옥상으로 끌고가 번갈아 성폭행했다. 사흘 뒤 또다시 A양을 성폭행 하려다 걸린 이들이 댄 이유는 "인터넷 동영상을 보고 호기심이 생겨서"였다. 이 정도는 1315 범죄 중에 약한 축에 속한다.
지능적이고 계획적인 범행도 서슴지 않는다. 올 4월 가스관을 타고 올라가 원룸 20여 곳을 턴 김모(15)군 등 4명은 직장인들이 출근하고 없는 오후 시간대를 골라 초인종을 눌러보고 응답이 없으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망을 보는 사람과 침입하는 사람 등 역할까지 나눴다.
대상도 가리지 않는다. 친구 어머니를 상대로 강도 짓을 벌이거나 "힘이 약해 못 쫓아올 것 같았다"며 80대 할머니의 돈을 뺏은 중학생(15)들도 있다.
1315가 저지른 강력범죄의 심각성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대검찰청이 내놓은 에 따르면 2008년 기준 소년(12세 이상 20세 미만) 강력범은 3,016명으로 전년에 비해 56% 늘었다. 연령별로는 14세 미만이 18명, 14~15세 975명, 16~17세 1,209명, 18~19세는 814명으로 14~17세가 다수를 차지했다. 범죄 유형은 강도가 1,226건, 강간 등 성폭력 1,589건, 살인도 12건이나 됐다. 문제는 이들의 범죄가 너무도 끔찍한 양상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것이다.
왜 흉포해지나
이들의 심리를 분석하는 경찰 프로파일러(범죄행동분석요원)들은 1315 특유의 또래문화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방의 한 프로파일러는 "10대를 전기와 후기로 나누면 1315가 속하는 전기 10대는 감정의 기복이 심하고 쉽게 격분하는데다 또래집단의 규범과 룰을 지키려는 경향이 강하다"며 "함께 일을 한다는 동질감으로 책임을 분산할 수 있는데다 충동적이라 앞일을 예견하지도 않는다"고 분석했다. 자신들이 얼마나 끔찍하고 무서운 일을 했는지 그 파급효과를 따지지 않는데다, 자신의 범죄를 희석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 위해 일반인이 보기엔 이상한 행동(웃고 떠들고 음식을 먹고 등)까지 한다는 것이다.
경찰청의 한 프로파일러는 "그 또래의 아이들은 자기보호 본능이 강하고 몰입하는 습성이 있어 잦은, 사소한 폭력이 끔찍한 범죄로 이어진다"며 "사회적 규율이나 통제에 그나마 익숙한 성인과는 다른 양상을 띤다"고 말했다.
책임의식 부재로 보는 시각도 있다. 도현심 이화여대 심리학과 교수는 "어릴수록 인지능력이 발달하지 못한 상태여서 자신의 행동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를 몰라 집단폭행이나 시신 유기 등으로 범죄 정도가 끔찍해지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박부진 명지대 아동학과 교수도 "인터넷뿐만 아니라 영화나 TV 등 청소년들이 손쉽게 접하는 매체에서 상상할 수 없는 잔인한 것들이 너무나 많이 나와 (범죄행위를) 별 것 아닌 것으로 여기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 "범죄의 모든 것 가출 선배에게 배웠다"
현수(15ㆍ가명)는 한 달에 보름 정도 중학교 선배 A(17)군의 호출을 받고 가출을 한다. "며칠 재미있게 놀아보자"는 제안에 현수와 또래 등 대개 9명 정도가 모인다. 물론 경비 조달은 빈집이나 빈 택시를 터는 등 현수 또래의 몫이다.
소년원 등에 수용된 경험이 있는 A군은 아리랑치기, 안 걸리고 도망가는 법, 잡혔을 때 행동요령 등 범죄 노하우를 일러준다. 현수와 친구들은 "A형이 사실상 (범죄의) 모든 걸 알려준다"고 말했다.
B(Bomb)세대 1315 아이들 범죄의 바탕에는 '그들만의 패거리'가 자리잡고 있다. 가출 후 자생력이 떨어지는 1315는 가출선배 등과 무리를 지어 거리에서 지내는 법과 함께 범죄를 배운다. 바늘 도둑은 차츰 소 도둑이 된다. 살아남기 위해 배운 범죄기술이 자신의 삶을 망치는지는 안중에 없다.
대개 가정과 학교에서 버림받은 아이들은 자연스레 거리에서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또래를 찾는다. 이 과정에서 서열이 생기고 의존심리 때문에 우두머리의 말을 신봉하는 구조가 생긴다. 아이들은 이를 '미니 서클'이라고 부른다.
얼마 전 부산에서 강도행각을 벌이다 경찰에 붙잡힌 B(16)군은 15세 때 선배에게 배운 오토바이 절도가 첫 범죄였다고 진술했듯, 1315의 범죄는 패거리로부터 학습한 경우가 많다. 미니 서클이 1315의 범죄교실인 셈이다.
그러나 정작 아이들을 제어해야 할 학교와 가정, 사회는 이들 패거리에 대한 이해와 영향력이 전무하다. 표창원 경찰대(범죄심리학) 교수는 "(범죄를) 배우고 이를 다시 가르치는 일종의 연결고리를 이해하지 못하고서는 1315의 일탈을 해결할 방법이 없다"고 진단했다.
범행대상과 범행욕구는 음란물과 폭력물이 넘치는 인터넷이 제공한다. PC방을 전전하는 가출 1315뿐 아니라 평범한 아이들도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사이버 세상은 음란, 폭력물의 무풍지대다.
가정과 학교 등에서 재미를 찾지 못한 아이들은 자극적인 영상 앞에서 쉽게 모방범죄나, 채팅을 이용한 원조 교제 등의 유혹에 빠지게 된다. 실제로 지난해 서울 구로구에서 초등학생을 성추행하다 경찰에 붙잡힌 김모(14)군은 "인터넷에서 본 장면을 그대로 따라 했다"고 진술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 폭력 후유증에 피해자가 가해자로 돌변도
9일 서울의 한 청소년쉼터에서 만난 김모(15)군은 2년 전 성폭행을 당했다. "서울역 인근 지하상가에서 자는데 50대 노숙자가 얼굴을 때리고 바지를 벗기고…." 녀석의 손이 가늘게 떨렸다.
왜소한 체격에 성적은 중하위권으로 평범했던 김군은 "눈앞에서 알짱거린다"는 이유로 아이들에게 맞다가 학교를 뛰쳐나왔고, 다시 범죄의 희생양이 됐다. 김군은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고 울었다.
범죄의 주역으로 떠오른 1315는 역으로 범죄의 주요 표적이 되기도 한다. 가정 학교 사회의 전방위적인 무관심 탓이다. 간간이 벌어지는 성폭행 사건은 부모의 보호가 잠시 비껴간 틈을 노린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 조사에 따르면 학교폭력을 당한 아이들의 64.3%가 "얘기해도 소용없을 것 같다"는 이유로 부모나 교사 등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 박부진 명지대(아동학과) 교수는 "결손가정이나 경제적 이유 등 집안 형편을 떠나서 부모들이 아이들을 귀찮은 존재로 인식,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 심각한 건 피해자가 가해자로 돌변할 가능성이다. 지난해 9월 경기 용인시의 A중학교에서는 수시로 성적인 언어폭력에 시달리던 여중생(14)이 급우 2명을 미리 준비한 흉기로 찌르는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도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은 존재로 보고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이유다.
이유미 청소년폭력예방재단 학교폭력SOS지원단장은 "피해를 입은 1315가 부담 없이 상담할 곳이 너무나 부족하다. 인터넷, 전화 등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도 상담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고 이를 아이들에게 적극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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