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제도와 관련해 지난달 말 정부 산하 공공기관에 별도 지침을 내려 보낸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6월 초 노동부의 타임오프 지침 발표 이후 사업장마다 노사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불난 데 기름 부은 격'이라는 지적이다.
1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공공기관운영위원회(위원장 윤증현)는 지난달 30일 타임오프 관련 지침인 '개정 노조법상 전임자제도 시행에 따른 공기관 노조 전임자 기준 적용방향'을 만들어 전국 284개 공공기관에 하달했다.
이 지침은 노동부 등과 개정노조법 준수 현황을 점검해 결과를 (공공기관장) 경영평가에 반영하고, 근로시간면제 관련 정보를 추가 공시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는 타임오프 적용여부를 공공기관장 평가에 반영한다는 점에서 공공기관 사측 협상태도를 강경기조로 유도하는 역효과를 냈다는 분석이다. 기재부로부터 기관장 평가를 받는 공공기관의 경우 높은 평가를 받기 위해 타임오프 허용 범위 이하까지 전임자 수를 무리하게 줄일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 단체협상 관련 교섭을 진행중인 전남대병원은 조합원 수 1,250명으로 타임오프제를 적용하더라도 현행 전임자 5명선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지만 사측은 3명으로 줄이겠다고 고집하고 있다. 5월 협상을 시작해 8월 단체협약 만료 시한을 코앞에 두고도 협상에 진척이 없자 노조는 15일 전면파업에 돌입하기로 했다.
이 같은 현상은 정부가 최소한의 기준을 제시하고 사업장 별로 노사의 자율협상에 의해 타임오프제를 시행한다는 당초 도입 취지와는 배치되는 것이다. 기재부의 지원 사격이 공공기관장에 대한 노무 담당자들의 과잉충성과 맞물려 오히려 파열음을 내고 있는 것이다.
기재부는 284개 산하 공공기관(장)에 대한 경영평가와 예산심사를 매년 실시하는데 이 중 노조가 설립된 곳은 197개에 이른다. 기재부에 따르면 이번 지침은 상위법령인 노동부의 노조법 개정에 따라 '공공기관 노조 전임자 운용방안'이 전임자 수를 노사 자율에 의해 결정하도록 돼 있던 것을 개정한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번 지침은 전임자 수를 법의 한도 범위 내에서 하라는 뜻이지 최대한 줄이라고 지시한 적은 없다"며 "(전남대 병원 사측과) 같이 받아들였다면 잘못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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