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의 돌출행동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모르겠다. 그제는 법원이 결정한 강제이행금을 직접 전교조에 내겠다며 현금과 수표, 돼지저금통을 들고 전교조 사무실을 찾아갔다. 돼지저금통을 준비해간 칼로 갈라 동전을 쏟아내고, 잘 안 갈라지는 것은 바닥에 놓고 밟아 깨트렸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전교조측과 거칠고 험악한 말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조 의원은 전교조측이 계좌를 압류하는 바람에 직접 현금을 들고 올 수밖에 없다고 했지만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이었다. 전교조 명단을 인터넷에 공개한 행위에 대해 1억5,000만원을 물게 한 법원 결정에 항의하고, 전교조를 모욕하려는 생각이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국민들의 눈에는 국회의원의 품위와 거리가 먼 행패로 비쳤을 것이다.
가져간 480여만 원 가운데 일부가 모금한 돈이라고 밝힌 것도 문제다. 중앙선관위는 정치자금법 상 후원금이나 모금한 돈으로 강제이행금을 낼 수 없다고 유권해석한 바 있다. 조 의원은 스스로 법 위반 사실을 공개한 셈이 됐다. 규정을 알지 못했다고 변명했지만, 법원 판결도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 자세에 비춰 진정성이 의심스럽다.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으로서 신념과 소신에 따라 행동하는 것은 나무랄 일이 아니다. 그러나 국회의원이 신념을 지키고 반영하는 것은 입법활동을 통해서 해야 하며 법 테두리를 벗어나면 안 된다. 법원의 결정과 계좌 압류가 부당하다고 생각하면 법적 절차에 따라 시정하려 해야 한다.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이 법을 우습게 여기는 태도는 자가당착이다. 법과 상식에 반하는 돌출행동은 신념의 정당성을 훼손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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