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의 지불유예(모라토리엄) 선언이 도미노처럼 번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는 지자체 가운데 경기 성남시와 같이 전ㆍ현직 지자체장의 소속 정당이 바뀐 경우 모라토리엄 선언 가능성이 다른 곳보다 커 주목된다.
대전 동구와 경기 고양시의 경우 이런 조건이 잘 맞아떨어진다. 이 지역은 지자체 부채 액수가 높을 뿐 아니라 현 지자체장이 6ㆍ2지방선거 당시 전 지자체장의 신청사 건립이나 무리한 건설 사업 추진 등에 대해 꾸준히 문제 제기를 해 왔던 곳이다.
우선 한현택(자유선진당) 대전 동구청장의 경우 후보 당시 이장우(한나라당) 구청장에 대해 "이 구청장이 취임하기 전 동구는 한 푼의 빚도 없었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한 구청장은 또 "이 구청장 취임 뒤 호화 신청사 건립을 위해 무분별하게 지방채를 발행, 363억원을 빚을 지게 됐다"며 "직원 인건비 등 필수경비 288억원도 확보하지 못해 10월이면 공무원 월급도 못줄 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구청장은 재정 상태가 이런데도 국화향나라전축제와 0시축제 등 전시성 치적 쌓기에 여념이 없다"며 날카롭게 대립 각을 세웠다.
실제로 구는 무리한 사업 진행으로 10월부터 12월까지 3개월간 직원 월급 지급에 필요한 312억원을 단 1원도 편성하지 못한 상태다. 신청사 건립 공사 역시 골조 공사만 마무리됐을 뿐 지난달 17일부터 모두 중단된 상태다.
최성(민주당) 고양시장도 후보 시절 강현석(한나라당) 당시 시장에 대해 "무리한 경전철 사업 추진과 제2킨텍스(한국국제전시장) 건립 등 각종 건설 사업만 진행하고 있다"며 "지난 8년간 2,600억원의 빚을 진 무능한 시장"이라고 비판했다. 시는 현재 부채가 2,670억원에 달하며 매년 적자 300억~500억원을 메우기 위해 지방채를 발행키로 한 상태다.
현직 지자체장이 재선에 성공했지만 무리한 사업 추진 때문에 모라토리엄 위기에 몰린 곳도 있다. 채용생 시장이 재선에 성공한 강원 속초시는 2003년부터 대포항을 종합관광항구로 개발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로 매립지 분양에 실패해 올해 시공사인 쌍용에 갚아야 할 330억원을 어떻게 갚아야 할지 막막한 상황이다. 결국 거액의 지방채를 발행해야 하는데 신인도가 떨어진 게 문제다. 부산 남구도 2007년 신청사 건립과 함께 109억원의 부채를 안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는 재정 상태가 좋다 하더라도 최근 신청사를 건립했거나 공사를 진행 중인 24개 지자체 역시 모라토리엄 가능성이 있다. 전ㆍ현직 지자체장의 소속 정당이 다르다면 그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경기 성남시도 재정 자립도가 전국 지자체 가운데 9위 이면서도 호화 신청사 건립 등으로 인해 모라토리엄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최근 신청사를 완공했거나 새로 건립하고 있는 지자체는 성남시 외에도 서울시, 경기 이천ㆍ광주시, 부산 남ㆍ동구, 대전 동구, 광주 서구, 충남도, 강원 원주시 등이다.
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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