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신도시 사업비 5,200억원을 줄 형편이 안 된다며 성남시가 지급유예(모라토리엄)를 선언한 데 대해, 행정안전부와 국토해양부가 "성남시는 돈을 낼 여력이 있다"며 반박하고 나섰다. "못 주는 것"이라는 주장과 "안 주는 것"이라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것. 사상 초유의 지방자치단체 모라토리엄 선언은 지급 능력을 둘러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진실 공방으로 번지는 중이다.
못 주나 안 주나
못 주는 게 맞는지, 안 주는 게 맞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과연 성남시의 올해 안에 내야 할 돈이 얼마인지를 확인해야 하는데, 정부와 성남시는 여기서부터 입장이 갈린다.
14일 국토부에 따르면 성남시가 판교신도시의 공동공공시설비와 관련, 사업시행자인 토지주택공사(LH)에 줘야 할 돈은 350억~1,800억원. 올 연말까지 정산해야 할 돈은 350억원이고, 이외 부분은 판교단지내 상업단지인 '알파돔시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 후 정산하면 된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절대로 못 주는 상황이 아니다"며 "350억원 이외에 대해선 올해 안에 정산하라고 한 적도 없는데 성남시가 일방적으로 지급유예를 선언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현재 판교특별회계 잔액이 700억원이므로 350억원을 못 줄 이유는 없다고 주장한다.
국토부의 설명에 대해 성남시는 "연말이 아니라 이달 말까지 정산을 완료하게 돼 있으며, 성남시가 부담할 금액도 1,790억원"이라고 반박했다. 성남시 관계자는 "국토부가 연말까지 정산하면 된다고 언론에 얘기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이달 말까지 정산을 완료하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또 "5월 이후 세입이 점점 줄어들고 있어 당장은 현금을 줄 여력이 없고,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상환하겠다"며 금년 중 상환불가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책임공방
이와 함께 성남시는 "이번 사태의 본질은 당장 갚아야 할 액수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용도로는 쓰이지 말았어야 할 특별회계가 함부로 전용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판교특별회계가 시청 신청사 건립 등 엉뚱한 곳으로 돈이 빠져 나가는 문제를 아무도 막지 못했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성남시는 그러면서 전임 시장뿐 아니라 중앙정부와 LH 측의 책임 문제까지 언급하며 화살을 돌리고 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지자체를 감독해야 할 행정안전부가 연간 가용예산의 2배에 이르는 금액을 수천억원씩 빼 쓴 것을 몰랐다면 있으나마나 한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성남시 관계자도 "판교신도시의 주무부처인 국토부나 LH 역시 특별회계 전용 문제를 방관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행안부 관계자는 "지자체가 예산 편성을 중앙정부에 보고할 의무가 없고 행안부도 사전에 예산 전용을 감시할 수단이 없다"면서 "성남시가 행안부 책임 운운하는 것은 지나친 얘기"라고 반박했다. 국토부는 이와 관련, 지자체와 LH가 공동으로 시행하는 사업에서는 '에스크로 계좌(돈을 다른 용도로 쓰지 못하도록 막아놓는 계좌)' 개설을 의무화하는 등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성남=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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