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4 한나라당 전당대회를 통해 친이계 주류가 사실상 당 지도부를 장악하게 됐다.
안상수 신임 대표는 친이계 핵심 인사이다. 최근 2년간 대표를 맡아온 박희태-정몽준 전 대표가 친이계 핵심이 아니었거나 중립 성향이었다는 점과 비교하면 이번에는 친이 성향이 분명한 인사가 대표를 맡게 됐다.
안 대표 외에도 홍준표(범친이계) 나경원(범친이계) 정두언(친이계) 의원 등 친이계 또는 범친이계 인사 4명이 최고위원을 차지했다. 친박계 후보 4명 중에는 서병수 의원만이 5위로 최고위원에 당선되는데 그쳤다. 한나라당 지도부가 이명박 대통령의 친정 체제로 구성된 셈이다.
이는 여권이 민간인 불법 사찰과 비선조직 인사개입 의혹 등으로 심각한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대의원들이 당을 안정적으로 이끌고 당청 관계를 원만하게 풀어갈 새 지도부를 선택한 결과로 풀이된다. 안 대표의 리더십은 대화와 타협보다는 상대적으로 추진력을 강조하는 스타일이라 대의원들이 위기를 돌파할 '강한 대표'를 원했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6ㆍ2 지방선거 패배 이후 분출된 쇄신과 변화의 요구를 큰 바람으로 만들어내지 못한 것은 한나라당의 한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초계파 쇄신 대표를 내걸었던 김성식 의원이 후보 11명 중 10위에 그친 것은 단적인 예다. 물론 40대인 나경원 후보와 50대인 정두언 후보 등 재선 의원 두 명이 당선된 것은 어느 정도 의미가 있다. 이에 따라 안 대표는 조만간 지명직 최고위원 2명을 인선할 때 세대와 지역, 계파 간 균형 등을 고려해 변화와 화합의 이미지를 추가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지명직 최고위원 후보로는 호남 출신인 김대식 전 민주평통 사무처장과 친박계 인사 1인 등이 거명되고 있다.
'안상수 호'는 수많은 난제들을 안고 출범한다. 2주 앞으로 다가온 7ㆍ28 재보선에서 선전하지 못하면 새 지도부는 출발부터 흔들릴 것이다. 전대를 치르며 계파 갈등은 더욱 심해졌고, 전대 후보들이 사생결단식 경쟁을 하느라 최고위원 당선자들 사이에도 감정적 앙금이 남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안 대표는 176석이나 되는 거대 여당을 화합시키고, 뿌리 깊은 계파 갈등을 해소할 묘안도 찾아내야 한다. 여권에 등을 돌린 민심을 수습하고 당청 관계를 재정립하는 것도 안 대표가 맡은 과제들이다.
새 지도부의 앞길이 워낙 가시밭길이라 "임기 2년을 다 채울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이 벌써부터 나온다. 한편 청와대는 이날 전대 결과에 대해 "안정적인 당청 협조 관계를 유지하며 국정을 이끌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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