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육상이 2011년 대구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빠른 속도로 도약하며 '시계 바늘'을 앞당기고 있다.
지난달 7일 김국영(19ㆍ안양시청)이 남자 육상 100m 한국기록(10초23)을 31년 만에 깬 데 이어, 여자 육상 중거리의 간판 허연정(30ㆍ고양시청)도 800m 한국기록을 23년 만에 깨뜨렸다.
허연정은 14일 일본 홋카이도 기타미시에서 열린 호쿠렌 디스턴스 챌린지대회 5차 레이스 여자 800m 결승에서 2분04초78을 뛰어 3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허연정은 1987년 최세범(당시 서울체중)이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7회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작성한 한국기록(2분05초11)을 무려 23년 만에 0.33초 앞당겼다.
비교적 늦은 나이에 한국신기록을 세운 허연정은 800m와 1,500m가 주종목. 그 동안 2분9~10초대를 뛴 허연정은 대표팀에서의 맹훈련을 발판 삼아 지난 5월 전국종별대회에서 800m(2분06초88)와 1,500m(4분28초44) 등 2관왕을 차지했다. 이어 같은 달 대구국제육상대회에서도 2분05초83을 찍어 기록을 더욱 단축했다. 한국신기록 가능성을 높이다 결국 이날 기분 좋은 '사고'를 친 것이다.
400m 트랙을 두 바퀴 도는 800m는 '격전지'로 불리는 종목이다. 스피드와 지구력을 동시에 갖춰야 하고 특히 고도의 레이스 전략과 몸싸움 기술까지 겸비해야 좋은 성적을 바라볼 수 있다. 기록보다도 치열한 눈치작전을 펼쳐 순위 싸움으로 흐르는 특성상 기록이 정체된 게 사실이었다.
세계기록은 체코슬로바키아의 자밀라 크라토츠빌로바가 1983년 세운 1분53초28, 아시아 최고기록도 1993년 중국의 류덩이 세운 1분55초54다.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본 장재근 대한육상경기연맹 트랙 기술위원장은 "일본 중장거리 선수들이 참가한 이번 대회 800m에서는 2분3~4초대를 뛰는 선수들이 많이 있었다"면서 "적지 않은 나이의 허연정이 새 기록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더니 마침내 23년 만에 신기록을 수립했다"고 대견스러워했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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