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성인의 15.2%가 자살을 한 번 이상 심각히 고민한 것으로 조사됐다. 3.3%는 실제 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맹제 서울대병원 정신과 교수와 전홍진 삼성서울병원 교수팀은 전국 12개 우울증센터에서 우울증 환자를 포함한 18세 이상 성인 남녀 6,510명(남 3,281명, 여 3,229명)을 대상으로 '정신질환 실태 역학조사'를 벌인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자살률이 인구 10만명당 21.5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가운데 가장 높은 한국인의 자살에 대한 첫 대규모 역학조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큰 것으로 분석된다. 조사 결과는 '세계기분장애학회 공식 학회지(Journal of Affective Disorder)' 최신호에 게재됐다.
자살을 시도한 사람 가운데 계획된 자살이 63%인 반면 충동적인 경우가 37%였다. 자살을 시도한 원인은 가족 간 갈등이 36.1%로 가장 많았으며, 경제적 문제, 별거ㆍ이혼, 질병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자살을 시도한 사람은 자살에 대한 고민 후 평균 1~2년 뒤에 자살을 시도했으며, 처음으로 자살을 시도한 나이는 계획자살군이 24세, 충동자살군이 26세였다.
계획자살군과 충동자살군은 자살방법에서도 큰 차이를 보였다. 계획자살군의 52.2%가 수면제ㆍ진정제 등의 약물을 주로 사용한 데 비해 충동군 중 가장 많은 34.2%는 농약과 같은 화공약품을 사용했다.
성별로는 자살 계획의 경우 여성이 남성보다 2배 가량 많았으며, 자살을 시도한 비율도 여성이 남성보다 50% 정도 높았다.
주목할 만한 점은 자살시도자 가운데 우울증이나 알코올 오남용 등 정신적 문제를 가진 경우가 전체의 절반을 넘었다. 또 자살 충동은 우울증이 있을 때 많았으며, 양극성 장애가 있으면 충동자살을 시도할 위험이 3.5배 증가했다.
전 교수는 "대부분의 자살시도자는 자살 시도를 하기 1~2년 전에 이미 자살을 심각한 고민을 시작한다"며 "기존부터 갖고 있던 정신적 문제에 주의를 기울이고, 자살을 고민하는 사람과 직접 물어보고 대화하는 것도 자살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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