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거 하세요."
MBC 라디오 '노홍철의 친한 친구'(91.9MHz)의 DJ 노홍철은 매일 밤 청취자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그의 독특한 클로징 멘트는 그의 인생 철학이기도 하다.
"저희 집 벽에는 'If it is not fun, why do it?'이라는 좌우명이 적혀 있어요. '재미 없으면 왜 해?'라는 뜻이에요." 그는 지금 정말 하고 싶은 것만 한다. 여러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방송인이지만 소속사도 없고, 출연기간도 따로 계약하지 않는다. 큰 스케줄이 아니면 매니저도 없이 혼자 다닌다. "전 제 자신을 잘 알아요. 재미 없으면 안 해요."(웃음)
라디오를 시작하게 된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서다.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낯선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한다"는 그는 "보이지 않는 적과 조우하는 듯한 묘한 기분이 들어서 생방송이 정말 신기하고 신났다"고 했다. 그렇게 마이크를 잡은 지 두 달, 그는 라디오의 매력에 푹 빠져 있다. 토요일 방송분을 사전 녹음해 뒀지만 금요일 방송 때 청취자들과 한 '생방'약속을 지키기 위해 토요일에도 방송국으로 향할 정도다.
그가 라디오에 빠져드는 이유는 뭘까? 그는 "저는 라디오 DJ를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트위터 같은 제 마이크로 블로그라고 생각해요. 라디오는 제가 재미 있으려고 놀러 가는 저만의 놀이터죠." 라디오를 통해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얘기하고, 그것에 대한 청취자들의 반응을 즉시 확인할 수 있으니 그럴 법도 했다. 그에겐 확실히 일과 놀이의 경계가 없었다.
그래서 시작한 게 '친한 친구'만의 매력으로 자리잡은 즉흥 이벤트다. 그는 방송 중에 즉석에서 텐트에서 별 보기, 심야영화 보기, 즉석선물 등을 제안했고, 청취자들은 폭발적인 신청으로 화답했다. 그 중"텐트 이벤트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그는 "제 차 위의 텐트에서 함께 별을 본 두 친구들과 얘기를 나누면서 저도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비록 자신의 즐거운 삶을 위해 방송을 하는 그지만 방송을 하는 원칙은 있다. "결과는 중요치 않아요. 못 웃겨도 상관 없죠. 다만 '잘'이 아니라 '열심히'가 중요해요. 나 자신에게 떳떳할 수 있을 만큼 열심히 해야죠."그래서 라디오 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목이 쉬어버렸다. 그는 빡빡한 방송 스케줄을 소화하는 와중에 자신의 캐릭터 상품 등을 판매하는 인터넷 의류쇼핑사이트'노홍철 닷컴'을 운영하고, 올해부턴 서울예술종합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인터넷 마케팅도 가르친다. 매사에 열심히 할 수 있는 에너지는 어디서 나오는지 묻자 그는"언제가 제일 힘이 넘치냐"고 되물었다. "하고 싶고 재미있는 걸 하니까 눈도 초롱초롱해지고 열심히 하게 된다. 그래서 제 삶의 기준을 더욱 명확히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힘든 시기가 오면 더 분주하게 재미있는 일을 찾는다. 간혹 현실의 재미에 안주하고 있을 때 찾아오는 힘든 시기는 그에겐 삶의 활력인 셈이다. 사는 게 행복한 그는 삶이 우울한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서로 맞지 않는 너트, 볼트 들고 끼우려고 하면 손만 아프고 우울해지죠. 다른 거 끼우면 되요. 그 과정은 노력 여하에 따라 달라지죠. 맞는 걸 찾는 순간, 난리가 날 겁니다."
김경준기자 ultrakj75@hk.co.kr
사진=홍인기기자 hongi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