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와 밤마다 작은 실랑이를 벌인다. 이 닦기 싫다고 생글거리며 요리조리 도망 다니는 아이 뒤를 칫솔 들고 졸졸 쫓아다니다 보면 번번이 내가 먼저 약이 오른다. 자연히 목소리 톤이 올라간다. 엄마가 화 났다는 걸 알아챈 아이는 얼굴에서 웃음기를 거두고 "시여, 치카치카 안 해!" 하며 칭얼대기 시작한다.
안 되겠다 싶어 번쩍 안아 올려 세면대로 데리고 가면 아이는 울음을 터뜨린다. 칫솔을 입에 댈라 치면 날쌔게 가로채 제가 혼자 하겠다고 고집을 부린다. 그리곤 양치질은커녕 과일 맛 나는 치약을 쪽쪽 빨아먹거나 칫솔을 잘근잘근 씹고 있다.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생글생글 웃으며 말이다.
속은 터지는데 예쁘긴 하니 참 헛웃음만 나온다. 과자나 사탕을 좋아해 양치질을 제대로 시켜야 할 텐데 충치 생길까 살짝 걱정도 된다. 이런 실랑이가 우리 집에서만 벌어지는 건 아닌 듯하다. 양치질 습관 들이기 책이나 양치놀이 장난감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유아교육 브랜드 아이챌린지는 아예 매월 전국 도시를 돌며 이 닦기 습관을 가르치는 '치카치카 교실'까지 운영한다. 그만큼 엄마들의 수요가 많다는 얘기다.
친정 아버지는 "나 어렸을 적엔 치과 한번 안 가고 컸다"는 말씀을 입버릇처럼 하신다. 충치 생길 일이 많지 않았다는 게다. 과학자들은 충치를 '문명의 질환'이라고들 말한다. 문명이 발달하면서 새롭게 생겨난 병이라는 말이다. 과거엔 귀했던 설탕이 보편화하고 먹거리가 다양하고 풍부해지면서 충치도 빠르게 늘었다는 설명이다.
충치가 생기는 위치나 경과는 아이와 어른이 다르다. 예를 들어 아이는 앞니가 잘 썩는다. 어른 앞니에 충치가 생기는 경우는 드물다. 아이 충치의 진행 속도는 어른에 비해 더 빠르다. 또 유치에서 영구치로 바뀌는 시기가 치아 관리에 특히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만 6세쯤이면 아래 앞니(유치)가 빠지면서 제일 안쪽에서 어금니(영구치)가 조금씩 올라오기 시작한다. 이 어금니는 가장 먼저 나는 영구치인데다 잘 보이지 않아 충치가 생기기 쉽단다.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최근 건강검진 결과를 집으로 알려왔다. 치과 부분에 실란트가 필요하다는 소견이 적혀 있었다. 실란트는 음식물이나 세균이 달라붙지 못하도록 이를 코팅하는 것. 박윤정 CDC어린이치과병원장은 "유치 단계에선 보통 잘 닦는 것만으로도 충분한데, 충치가 잘 생기는 경우 실란트를 권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문명의 발달은 일상생활에 풍요로움과 편의를 선물했다. 하지만 덕분에 엄마들은 과거보다 아이에게 더 세심한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 아무래도 아이를 치과에 데려가야 하나보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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