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방송일로 돈을 벌게 해주겠다는 광고로 수 천명을 속여 2억여원을 가로챈 기획사 대표 오모(46)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이를 도운 사진사 임모(42)씨 등 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오씨 등은 2005년부터 올해 6월까지 서울 강남에 기획사를 차려놓고 가정주부 등 5,200여명에게 방청객, 엑스트라 등의 일로 돈을 벌게 해주겠다고 속여 사진 촬영비로 약 2억3,000만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저소득층이었다. 생활정보지에 '방송국 보조출연자나 방청객 일 알선, 월수입 최고 150만원'이라고 낸 기획사의 구인광고 문구는 직업이 없는 사람들에게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조건으로는 프로필 사진비용인 6만원만 내면 됐다. 이러다 보니 사업 실패로 생활고를 겪던 주부 최모(42)씨는 자신이 애지중지하던 결혼반지를 팔아 남편과 자신의 프로필 비용을 댔고 2008년 신장 이식수술을 받은 고모(54ㆍ여)씨는 직장을 구하지 못하자 치료비를 벌기 위해 사진 값을 냈다. 13년 전 혼인을 통해 귀화했다 이혼한 조선족 동포(39)도 여기에 걸려들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들 중 오씨가 하는 기획사로부터 일을 얻은 사람은 거의 없다"며 "일을 얻더라도 일당 2만원으로 수수료를 떼고 나면 돌아가는 건 고작 약 1만원 정도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사기행각이 들통나지 않게 피해자들에게 박수치는 법과 방송국 방청객 모집자에게 전화 거는 방법 등을 교육시킨 후 '교육받은 내용대로 본인이 행하지 않았을 경우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는 내용의 서약서까지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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