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방경찰청은 14일 C형 간염 등 특정 질병의 특성을 악용해 수십억 원의 건강보험금을 챙긴 혐의(사기 등)로 36명을 붙잡아 이 중 김모(45)씨 등 7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나머지는 불구속입건했다. 경찰은 특히 이들이 보험금을 노리고 서로 수혈을 통해 고의로 간염에 감염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이 부분에 대한 보강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보험설계사 출신인 김씨 등은 국내 18개 보험사의 의료비 보장보험에 중복 가입한 뒤 C, B형 간염과 고혈압 등의 질병으로 입원해 2005년 2월부터 5년에 걸쳐 40억원의 보험금을 부정 수령한 혐의다.
경찰은 이들이 영도구 A병원에서 불과 반경 1㎞ 이내에 거주하는 친ㆍ인척이나 동네 선ㆍ후배 사이고, 25명이 C형 간염 환자인 점으로 미뤄 주사기나 칼 등으로 수혈해 고의로 병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보강 수사 중이다. C형 간염은 타액이나 일상 접촉으로는 감염되지 않고 주사기 공동 사용, 혈액투석, 모자 간 수직감염 등 혈액에 의해 감염되는 질환이다. 또 타 질병과 달리 일상 생활에 큰 지장을 주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 등은 보험 약관상 1개의 질환으로 입원하면 120일까지 보험금이 지급되고 이후 180일이 지나야 다시 120일까지 보장받을 수 있는 점을 고려해 120일을 10~30일 단위로 분산해 반복 입원하거나 고혈압 등으로 병명을 바꾸는 속칭 병명 갈아타기 수법을 동원한 것으로 조사됐다.
부산=강성명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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