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 경주용 차량은 '차(車)'라는 이름을 거부한다. 대신 '머신'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첨단 자동차과학이 집약돼 있기 때문이다. 페라리, 메르세데스, BMW 등 유수의 자동차회사들은 연간 약 4,000억원의 자금을 집중 투입해 F1팀을 운영하고 있다. F1 월드챔피언십은 대회 자체의 의미뿐 아니라 경쟁사와의 기술 대결을 통해 양산차의 미래를 확인하는 무대로도 활용되는 셈이다.
F1의 연간 관중은 400만명. TV 시청자 수는 6억명에 이른다. F1은 도대체 어떤 매력으로 이들을 '미치게' 만드는 것일까.
처음 F1과 마주하는 이들은 양쪽 귀부터 챙기게 마련이다. 고막을 찢을 듯한 굉음이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남아공월드컵을 강타한 120데시벨(dB)의 부부젤라도 F1 머신 앞에서는 명함도 못 내민다. 시속 0㎞에서 100㎞에 이르는 데 2.4초면 충분한 750마력의 엔진은 160dB로 관중을 윽박지른다. 그런데 이 소리, '중독성'이 있다.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오기 힘들다는 목소리는 F1을 직접 본 이들의 공통된 비명이다.
머신 안에서 느끼는 중력가속도는 최대 5G. 일반인의 경우 3.5G만 넘어도 의식을 잃는다. 또 레이스 중 드라이버를 감싸는 공기는 섭씨 50도까지 치솟는다. 사투 끝에 2리터의 땀을 쏟고 나면 체중이 3㎏정도 빠져 있다. 최대 연봉 500억원(지난해 기준)을 받는 F1 드라이버들의 시즌 중 일상이다.
시상대를 향한 '슈퍼맨'들의 싸움은 올해 들어 훨씬 격렬해졌다. 지난해까지 그랑프리마다 1위부터 8위까지 10-8-6-5-4-3-2-1점을 줬으나 올해부터는 1위부터 10위까지 25-18-15-12-10-8-6-4-2-1점을 주고 있다. 1, 2위간 격차가 2점에서 7점으로 대폭 벌어진 것. 사실상의 승자 독식 시스템이다.
양준호기자 pire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