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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 학업성취도 평가/ 전문가들 진단 "매년 평가는 행정 낭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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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 학업성취도 평가/ 전문가들 진단 "매년 평가는 행정 낭비"

입력
2010.07.13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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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수준의 학업성취도 평가를 둘러싼 혼란과 갈등에 대해 전문가들은 "제도의 본질과 도입 취지가 학교 현장에서 왜곡되고 있다"는 점을 공통적인 문제로 지적했다. 기초 학력이 떨어지는 학생과 그런 학생이 밀집된 학교를 찾아내 지원하자는 취지로 시행되고 있는 학업성취도 평가가 '시험을 치르느냐, 안 치르느냐'의 소모적인 논란으로 전개되면서 갈등이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이성호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는 "전국 단위의 학력 평가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평가를 통해 얻어진 데이터가 학력 미달 학생과 학교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을 가능하게 한다는 뜻이다. 이 교수는 다만 "일선 학교의 교장과 교육청이 평가 취지를 오해해 근무 성적의 평가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부 학교에선 시험에 대비한 문제풀이식 수업 등 파행 사례가 드러났고, 이는 학생들의 평상시 실력을 측정하려는 평가의 본질과도 어긋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교육과학기술부의 홍보 부족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취약 지역의 학교와 학생들을 지원하기 위한 것인데도 홍보가 부족해 교사들과 학생들은 시험에 대해 긴장하고, 전국교직원노조 등 교원단체에서 이를 악용하고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진보 교육감들이 주장하는 표집형 평가에 대해 이 교수는 "학교에서 대표선수 뽑듯이 공부 잘하는 학생만 추려내 시험 보게 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반대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학교별 성적 공개에 대해선 "언론에 의해 학교별 성적이 드러났을 때 부작용이 생길 수 있으니 학부모들에 한해 학교의 성적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성기선 가톨릭대 교육학과 교수는 "도입 취지와 달리 학교와 교사 평가로 변질돼 학교 현장에선 줄세우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학업성취도 평가를 통해 어떤 대책을 세우고, 어떻게 학교를 지원할 것인가가 핵심인데, 지금은 단순히 시험의 응시 여부로 갈등이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성 교수는 "학업성취도 평가는 3년에 한번씩 시행해도 무방하다고 본다. 어느 지역의 어떤 학생들이 학력 미달인지 교사들은 이미 다 알고 있는 상황인데 비슷한 결과가 나오는 시험을 매년 반복해 치르는 것은 행정 낭비"라고 지적했다. 지역 실정에 맞게 평가를 진행하고, 교육감들에게 자율권을 줘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는 대목이다.

성 교수는 평가 이후의 학교 지원 대책에 주목했다. "지금은 기껏해야 예산 지원해주고 학생들을 방과후 지도하는 수준인데, 이럴 경우 교사 업무 부담만 늘어나며 이를 통해 학생들의 학력이 향상된다는 증거도 없다"며 "재정 지원과 더불어 전담 인력과 프로그램 개발 지원 등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성삼 건국대 교육학과 교수는 "지금과 같은 갈등 상황은 교육에 대한 불만이 엉뚱한 쪽으로 터져 나올 수 있는 빌미가 될 수 있다"며 "양쪽의 이념이 어우러져 중도적인 해법을 찾으려는 사회의 전반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한준규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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