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3일 녹색성장위원회의 제8차 보고대회에서 2013년까지 녹색전문중소기업 1,000개를 육성키로 한 것은 우리나라 녹색 산업의 생태계를 중장기적으로 건강하게 가꿔 가기 위한 목적이다. 대기업 뿐 아니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녹색 부품ㆍ소재 전문 중소ㆍ중견 기업들이 많아야 한다는 인식이 공감대를 형성한 것. 대기업은 이미 시키지 않아도 잘 하고 있는 만큼 정부의 지원은 이제 중소기업에게 집중하겠다는 의미이다.
특히 태양광 발전의 핵심 부품인 태양광 모듈의 경우 우리나라는 부품의 74%를 수입하는 실정이다.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의 경우도 핵심 부품인 LED칩은 7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날 이명박 대통령이 "구호만 거창하게 부르짖고, 실제 투자와 기술개발은 다른 나라가 할까봐 걱정"이라고 밝힌 것도 이런 배경이다.
이를 위한 여러가지 대책 중 이날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정부가 재정은 물론 세제와 금융까지 동원, 녹색 산업을 키우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점이다. 녹색 경쟁력 확보를 위해선 무엇보다 초기 시장을 만들어 주는 게 중요한데, 이를 위해 정부가 먼저 나서겠다는 것. 민간 부문에만 맡겨서는 아무래도 속도를 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이미 지난해 발표한 대로 재정에서 2013년까지 107조4,000억원을 투입한다. 녹색 R&D 예산은 2008년 1조4,000억원에서 2013년 3조5,000억원으로 늘어난다. 녹색 원재료에 대한 관세율은 인하되고, 신재생 에너지 생산 및 이용 기자재에 대한 관세 등도 경감된다. 또 녹색 금융을 담당하는 정책금융공사의 역할이 커지고, 녹색인증기업에 대한 금융ㆍ수출ㆍR&D 분야 인센티브 부여 방안 등도 마련된다. 녹색ㆍ신성장 분야 투자 전문 펀드는 2009년 1,050억원에서 2013년엔 1조1,000억원으로 확대된다. 구매조건부 R&D 예산도 지난해 100억원에서 2013년 550억원으로, 투자연계형 R&D 예산도 같은 기간 220억원에서 900억으로 확충된다.
정부부터 녹색기업들의 제품을 사 주는 방안도 강구된다. 공공 녹색 시장 규모를 2009년 3조원(구매 비중 8.4%)에서 2013년 6조원으로 확대키로 한 것. 또 녹색 제품에 대한 공공 수요 확대를 위해 조달 기준을 정하고, 2012년부터는 500억원 이상의 조달청 일괄 대행 건축 공사에 '빌딩정보모델링'(BIM) 설계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이는 단열 성능과 에너지 소비 등 정보를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입체 설계 방식이다.
이날 회의에선 또 지식경제부가 2020년까지 전지 생산 세계 1위 국가로 부상하기 위해 중대형 전지 제조 및 소재 산업 지원에 집중하겠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 2차 전지 산업은 소형 전지 및 전기차용 전지 중심으로 발전, 중대형 시장의 기반은 취약한 편이고 소재 산업 역시 국산화율이 20% 미만이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 30대 그룹이 향후 3년간 녹색성장 분야에만 22조4,000억원을 투자키로 한 것으로 드러난 점도 주목된다. 신재생에너지 등 청정 에너지 분야에 8조9,000억원, 그린카에 5조3,000억원, 차세대 전력장치 분야에 4조3,000억원이 각각 투자될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그린카 분야 투자는 지난 3년간에 비해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또 녹색위가 이날 2020년 녹색 산업이 현재의 세계 건설시장 규모(2조5,000억원)를 넘어서는 강력한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전망한 점과 민간 녹색 금융회사(일명 녹색은행)의 설립 필요성이 제기된 점도 눈길을 끌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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