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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 학업성취도 평가/ 교육청 입장 갈팡질팡… 대체학습 막판 포기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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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 학업성취도 평가/ 교육청 입장 갈팡질팡… 대체학습 막판 포기 속출

입력
2010.07.13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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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는 건지지…."

국가 수준의 학업성취도 평가가 시행된 13일 서울 A초등학교 교장이 내뱉은 푸념이다. 이 교장은 "어제까지만 해도 미응시 학생은 무단 결석 처리를 하지 말라고 하더니 오늘은 다른 이야기가 들리더라. 다행인지 우리 학교엔 시험 거부 학생이 없었지만 골머리를 앓을 뻔 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서울시교육청의 행보는 갈팡질팡이었다. 12일 곽노현 교육감의 지시로 '학부모의 교육철학 및 양심에 따라 시험에 결시한 학생은 무단 결석과 구분되는 기타결석으로 처리하라'는 내용의 공문이 일선 학교에 내려갔다.

그러나 전국교직원노조 서울지부가 이 공문을 근거로 '시험 전에 학생들에게 응시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고, 미응시 학생들에 대한 대체학습을 요구하라'는 긴급 지침을 내리자 시교육청은 뒤늦게 '대체 프로그램 지침이 시험 선택권을 부여하라는 의미가 아니며 응시 거부의 선동이나 독려로 해석되지 않도록 지도하라'는 공문을 다시 보냈다.

이틀에 걸쳐 시교육청이 학업성취도 평가와 관련해 일선 학교에 내려보낸 공문이 무려 4개나 된다. 더구나 이 공문들의 내용은 서로 내용이 엇갈려 학교 현장의 혼란을 부채질했다는 지적이다.

이런 혼란은 전북과 강원 등 진보 교육감이 있는 지역에서도 비슷하게 펼쳐졌다.

교과부와 도교육청이 정면으로 맞선 전북 지역의 일선 학교는 대체학습 프로그램 운영과 결석 처리 방침을 놓고 종일 우왕좌왕했다.

전주 H중은 도교육청의 지시에 따라 시험에 참여하지 않는 학생을 대상으로 대체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하고 13일 시험 직전에야 부랴부랴 신청을 받았다.

'대체학습을 승인한 교사와 학교장은 중징계하겠다'는 교과부와 '일제고사에 참여하지 않은 학생을 위해 대체학습 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하라'는 도교육청의 상반된 지시로 갈피를 잡지 못하다가 시험 전날(12일)에야 대체학습 시행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결국 4명의 학생이 신청했고 학부모 동의 절차를 밟아 이들에게는 별도로 마련한 교실에서 대체학습을 하도록 했으나, 시험 직전에 '시험에 응하지 않은 학생의 결석 처리 방침'에 대한 도교육청의 전자공문을 뒤늦게 확인하면서 또다시 혼란에 빠졌다.

이는 '대체학습에 참여하는 학생은 출석으로 인정하라'는 종전의 지시를 뒤집은 것으로 '시험을 보지 않은 학생은 무단결석 처리하라'는 교과부 방침에 가깝게 입장이 선회한 것이다.

학교측은 대체학습에 참여키로 했던 4명에게 이런 입장을 전달했고 이들은 모두 "그렇다면 시험을 보겠다"며 고사장으로 발걸음을 돌리는 해프닝이 빚어졌다.

전주 W중도 20명이 넘게 대체 학습을 신청했지만 이날 결석처리 공문을 접하고 7명으로 줄었다. 이 같은 혼선은 전북지역 대부분 학교에서 일어났다. 공문을 뒤늦게 확인한 학교는 이미 대체학습을 시행했고 일부 학교는 방침 변경을 전해 들은 학생들이 이탈하면서 대체학습이 도중에 파행을 보였다.

전교조 전북지부는 이날 "당초 47개교 1,000여명의 학생이 대체 프로그램에 참여할 것으로 보였으나 학생들의 선택권을 가로 막으려는 교육관료의 방해로 대폭 줄었다"면서 "12일 오후 늦게 대체 프로그램 실시 재강조 공문을 발송해 학교 현장의 심각한 혼란과 갈등을 일으킨 도교육청 중등교육과장 등에 대해 인사조치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은 "교과부가 주도하는 평가의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도교육청은 일제고사가 원만하게 진행되도록 협력하고 있다"면서 "다만 학교에 출석했으나 미응시한 학생들을 위해 대체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참여 학생에 대해서는 출석으로 인정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강원도교육청도 '학업성취도 평가 거부를 독려하지 말고 학생과 학부모에 판단에 맡기라'는 방침대로 일제고사를 시행했으나 원주 C고 등 일부 학교에선 학교장과 교사간의 마찰이 발생하기도 했다.

전교조 강원지부는 "원주 C고에서 교장이 학업성취도 평가에 응시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학생 5명을 교장실로 불러 응시를 종용했고, 이 학교 교감도 학생들에게 전화를 걸어 시험을 치르라고 압박했다. 도 교육청의 지시사항을 이행하지 않고 학생들의 교육선택권을 무시한 교장을 문책하라"는 항의성명을 냈다.

한준규기자 manbok@hk.co.kr

전주=최수학기자 shchoi@hk.co.kr

박은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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