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색 보자기를 풀자 10만원권 수표(2매), 5만원권(40매), 1만원권(250매), 5,000원권(1매) 그리고 1,000원권(11매) 지폐가 가지런히 펼쳐졌다. 옆에 있던 돼지저금통 3개 중 2개는 배가 갈렸다. 나머지 하나는 배가 잘 갈리지 않자 누군가의 발에 밟힌 채 동전을 토해냈다. 이렇게 모두 모인 금액은 481만 9,520원.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이 13일 오전 11시 서울 영등포구 전교조 사무실을 직접 찾아 교원단체 명단공개에 따른 이행강제금 일부를 전달했다. 지난 4월 자신의 홈페이지에 5일간 전교조 등 5개 교원단체와 교원노조 소속 교원 22만명의 이름, 학교, 교과목을 공개한 것에 대해 서울 남부지법이 하루 3,000만원씩 1억 5,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한 결정을 부분 이행한 것이다.
조 의원이 전교조 사무실에 들어서자, 곳곳에서 "나가세요" 등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러나 조 의원의 행동은 당당했다. 노용래 전교조 기획실장이 "쇼 하러 오신 거 아니잖아요. 돈 내러 오신 거잖아요"라고 하자, 그는 "쇼는 전교조가 더 잘하지, 나보다"라고 되받았다.
그는 마치 자신의 행동에 문제가 없었다는 점을 말하려는 듯 "저금통의 돈은 시민 한 명 한 명이 보내주신 돈"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돈은 내야겠는데 전교조가 제 모든 통장을 압류해 직접 들고 오는 방법밖에 없었다"며 전교조에 재산압류를 풀 것을 간접적으로 요구했다.
전교조와 시민들 반응은 냉담했다. 전교조는 "조 의원이 진정 강제이행금 납부가 목적이었다면 적어도 액수는 알고 왔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래서 정치쇼라고밖에는 생각할 수 없고 전교조에 대한 모독"이라고 비판했다. 일부 시민들도 인터넷게시판과 트위터 등을 통해 조 의원의 이번 행동이 쇼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나타냈다. 이들은 "지지자들로부터 받은 게 고작 조그만 돼지저금통 3개냐", "예능감 있다" 고 비꼬았다.
특히 이번 방문은 정치후원금을 개인채무 변제에 사용했다는 또 다른 논란을 낳아 조 의원의 입지는 더욱 좁아들 것으로 보인다.
민노당은 논평에서 "조 의원 행동은 2년 이하 징역 또는 4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는 정치자금법 위반 증거를 제시한 것"이라며 "이제 남은 일은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검찰 출두하는 것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