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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납새미와 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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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납새미와 서대

입력
2010.07.13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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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바다 고향에서는 가자미를 '납새미'라 불렀다. 이름처럼 납작하게 생긴 생선이 맛이 좋았다. 동쪽바다에 와 살며 가자미회를 즐겨 먹으면서도 납새미와는 족보가 다른 생선으로 알았다. 납새미는 바싹하게 구워 먹거나 제사상에 전을 부쳐 놓았다.

김춘수 시인의 시에 납새미가 나온다. '바닷물빛이 미묘한 표정을 짓게 되면 식탁에는 또 납새미 도다리가 오르게 된다' '바람은 바다에서 온다./ 생선가게의 납새미 도다리도/ 시원한 눈을 뜬다' 같은 구절에 맛있는 납새미가 납작하게 누워 있다. 섬진강변에서 재첩국을 먹다 '서대'의 맛을 함께 알았다.

단골로 다니는 재첩국집의 밑반찬으로 늘 서대가 나왔다. 생긴 것이 신발 밑창 같아 꺼림칙했는데 먹어보니 맛이 일품이었다. 서남해안 사람들에게 서대는 내가 가지는 납새미 못지않은 추억의 바닷물고기였다. 제사상에 빠지지 않는 생선이었다고 자랑했다.

서대의 원명은 서대기며 참서댓과의 생선이다. 눈의 위치를 보아 납새미와는 친척 같은데 몸이 좁고 길다. 정약전 선생의 '자산어보'에 장접(長鰈)으로, '몸은 좁으면서 진하다. 맛이 매우 진하다'로 소개되어 있다. 남해도 동쪽으로 가까우면 납새미가, 서쪽으로 가까우면 서대가 유명하다. 납새미를 접(鰈)이라 하니, 그들은 바다 밑에서는 서로 친한 친구일 것이다. 여수 사는 늘씬한 정만이와 울산 사는 둥글둥글한 나처럼.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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