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민연대 등 비선조직의 인사 개입 의혹 파문으로 청와대의 인사시스템이 도마 위에올랐다. 일단 이번 파문은 의혹 당사자들의 사퇴로 일단락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하지만 역대 권력에서 특정 세력의 인사 전횡이 반복돼 왔다는 점에서 결국 사람만 바꿔서는 재발 을 막기가 어렵다. 전문가들은 인사 추천과 검증 과정에서 견제와 균형을 통한 상호 검증이 가능하도록 인사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함성득 고려대 교수는 13일 "청와대의 인사 관련 참모들은 직위가 낮다 보니 실세들의 개입을 막아내기 힘들 뿐 아니라 서울시청 인맥 등에 비해 대통령과의 친밀도도 떨어진다"고 지적한 뒤 "인사 검증과 추천 담당 직급을 수석급으로 상향시키는 한편 비서실장에 인사 책임과 권한을 명확히 줘서 실세들의 전횡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함 교수는 아울러 10개월 넘게 공석 중인 인사기획관을 조속히 임명해야 할 것을 주문했다. 청와대는 지난해 8월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의 중도 사퇴를 계기로 인사비서관 위에 차관급인 인사기획관을 신설하겠다고 밝혔지만 여러 사정이 겹치면서 아직도 인사기획관이 임명되지 않고 있다.
권혁주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대통령의 통제 밖에서 권력 싸움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 문제"라며 "다양한 국정 경험을 갖춘 보좌진을 등용할 수 있는 인사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승함 연세대 교수도 "정부의 인적 파일이라는 객관적 기준을 통해 인사가 시스템으로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무현 정부 당시의 인사추천위원회를 부활시키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대통령비서실장과 인사수석, 민정수석, 관련 수석 등 6,7명이 참여하는 인사추천위는 상호 견제를 통해 인사권의 독점을 막는 기능을 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물론 이에 대해서도 '나눠먹기식 인사' 가능성이 있는 만큼 운용의 묘가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함성득 교수는 "당시에도 이미 특정 실세와 만나 '지령'을 받은 뒤 인사 논의를 하는 경우가 있었다"며 "결국 공식 권력 바깥의 실세를 차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사 전횡을 막기 위해 '인사추천 실명제' 를 도입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함성득 교수는 "누가 어떤 사람을 추천했는지 명확히 표시해 자료로 남겨야 한다"며 "문제의 인사를 추천한 사람에 대해선 삼진아웃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문가들은 시스템 개선도 중요하지만 결국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의지가 성패를 좌우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광웅 서울대 명예교수는 "색깔이 맞는 사람만 쓰다 보면 집단사고의 우려에 빠질 뿐 아니라 결국 정부가 신뢰를 잃고 정책도 먹혀 들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