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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시로 여는 아침] 사랑할 때 사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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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시로 여는 아침] 사랑할 때 사랑하라

입력
2010.07.13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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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할 때 사랑하라

아홉 손가락이 잘려 나가도

팔 하나를 내어 주어도

남은 손가락, 남은 손이 있다면

사랑하라, 사랑이

두 눈알을 다 가져가 버려도

사랑이 몸뚱이만 남겨 놓아도

사랑이 남아 있다면 사랑하라

지구별에 다시 빙하기가 오고

지구가 두꺼운 얼음에 덮여

검독수리가 죽고

향유고래가 죽고

흰 민들레가 죽고

오직 외발 하나 딛고 설 땅이 있다면

그 땅에 한 발 딛고 서서

나머지 한 발은 들고라도 서 있을 수 있다면

사랑하라, 사랑은

용서보다 거룩한 용서

기도보다 절실한 기도

아무것도 가질 수 없고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아도

사랑이 있다면 사랑하라

사랑할 때 사랑하라

● 이 시에 하나 더 덧붙이자면, 나이가 들수록 더 사랑하세요. 미시건대학교 사회조사연구소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용서를 잘 하는 노인들은 원망과 서운함을 품는 노인들보다 더 건강하다네요. 젊어서는 용서한다고 해서 딱히 건강해지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도 흥미로워요. 그럼 이렇게 말할 수도 있을까요? 강한 사람들은 용서하지 않아도 건강하지만, 약한 사람들은 용서해야만 건강하다구요. 불공평하다구요? 어쨌든 연구 결과는 그렇습니다. 게다가 그게 진짜 사랑의 본질이 아닐까는 생각도 듭니다. 아무것도 가질 수 없고,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을 때, 그때 필요한 감정이 아마도 사랑. 사랑하기란 정말 힘든 거죠.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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