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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간관(諫官)이 돼야 할 靑참모

입력
2010.07.13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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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사간원(司諫院)의 간관(諫官)은 왕에게 쓴 소리를 하는 것이 임무였다. 옳은 일이라면 목숨까지 걸고 왕에게 몇 번이고 직언을 했다. 간관은 역설적으로 최고권력자가 귀에 거슬리는 말을 듣고 수용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보여주는 제도였던 셈이다.

비선 세력 막지 못한 권력 내부

간관은 관료 감찰 기관인 사헌부의 대관(臺官)과 함께 왕의 인사권까지 견제했다. 이들은 5품 이하 하위직 관료 임명 시 자격심사 권한을 갖고 있었다. 50일 안에 이들의 인사 검증을 통과하지 못한 자는 관리가 될 수 없었다. 이들에겐 비리 관리 탄핵권도 있었다. 그래서 학문이 높고, 기개가 있으며, 청렴결백한 관리만이 간관과 대관이 될 수 있었다. 듣기 거북한 간관의 직언이라도 귀담아 듣는 것은 왕이 갖춰야 할 덕목 중 하나로 여겨졌다.

2010년 7월, 권력 내부의 모습은 어떨까. 이명박 대통령이 현실을 올바로 인식하고 정확한 결정을 내릴 수 있게 사심 없이 직언을 하는 간관은 어디에 있을까. 총리실 민간인 사찰 파문과 '영포 라인'의 전횡 의혹은 그런 의문을 갖게 한다.

비선 조직의 국정 문란이 입증되지 않은 채 검증되지 않은 폭로와 의혹 수준의 주장이 난무하고 있지만 특정 지역ㆍ집단 출신들이 집권 2년 반 동안 권력 내부의 핵심 '이너 서클'이 된 것은 분명하다. 심각한 것은 이들이 권력 집단화하는 과정에 권력 내부에서 어떠한 경고음도 울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 정치인이 인사 전횡의 문제점을 제기한 적이 있지만 지목된 당사자는 잠시 야인 생활을 한 뒤 화려하게 복귀했고, 이너 서클은 외연을 더 넓혔다. 개국공신의 논공행상이라 이해한다손 쳐도 이너 서클에 속했거나, 속한 사람들이 정부나 주요 기관의 핵심 자리에 포진해 가는 모습은 권력 사유화로 비치기에 충분했다.

간관 시스템이 있고, 또 정상 작동했다면 결코 허투루 넘길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민간인 사찰 파문 직전까지도 대통령이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있었다는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였을 것이라는 의구심만 들게 하는 사건이 왕왕 있었을 뿐이다.

과거 사례에 비춰볼 때 가장 큰 원인은 역시 대통령이 듣기 싫어하는 말은 하지 않거나 하지 못하는 권력 내부 분위기일 것이다. '청와대에 가면 1년 내에 귀먹고, 2년 내에 눈먼다'는 정치권 속설처럼, 어쩌면 이명박 대통령도 부지불식간에 이 속설의 포로가 돼 있는지 모른다. 이 대통령이 영포 라인이나 선진국민연대의 실상과 문제점을 제때, 제대로 보고만 받았어도 이처럼 특정 지역ㆍ집단 출신들이 득세하도록 방치했을 리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 대통령이 책임에서 자유롭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대통령이 직언과 쓴 소리가 거침없이 올라오게 하고 이를 국정 운영에 반영하는 분위기를 만들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한 번이라도 자신과 참모들을 비판하는 소리에 마뜩지 않은 반응을 보이면 언로(言路)는 막히고, 입바른 소리를 하려던 이들은 입을 닫게 돼 결국 대통령 주위에는 간관은커녕 '예스맨'만 넘치게 되는 것이 권력 주변의 속성이다. 그런 상황은 대통령 의지와 상관없이, 그리고 비정상이 정상인 것처럼 교묘히 포장한 채 슬며시 찾아오기 마련이다. 대통령은 그런 상황이 조성되는데 단초를 제공한 적이 없었을까.

참모라면 직을 걸고 직언해야

어제 청와대 일부 참모진이 교체 임명됐다. 모두가 대통령의 눈, 귀, 입이 되어야 할 인물들이다. 이 대통령이 남은 임기 동안 특정 세력, 이른바 비선 라인에 의해 귀먹고 눈멀지 않도록 참모들은 직을 걸고 직언과 충언을 마다하지 말아야 한다. 조선의 간관처럼 청렴과 기개를 갖추고 사심을 버림으로써 스스로 권력화하는 것을 경계해야 함은 물론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국민은 또 한 번 인의 장막 속에 갇혀 현실과 유리되어 가는 불행한 대통령을 목도하게 될 것이다.

황상진 논설위원 apr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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