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이 13일 주주총회와 취임식을 갖고 공식 취임했다. 국내 최대 금융그룹의 수장으로 등극했음에도 불구, 그는 내정 때부터 대통령 측근 논란에 최근엔 정치권 인사개입 문제까지 숱한 우여곡절을 겪은 상황. 과연 어 회장이 산적한 난제를 헤쳐나갈 수 있을 지, 금융권 전체의 시선이 쏠려 있다.
어 회장은 이날 장문(長文)의 취임사를 통해 KB금융의 현주소와 나아갈 방향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우선 "현재 KB금융은 비만증을 앓는 환자나 다름없다"는 게 그의 진단. 이런 불량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 그는 ▦경영 효율성 극대화 ▦사업 다각화 ▦새 수익원 창출 ▦글로벌 경쟁력 제고 등 4대 전략을 제시했다.
사실 어 회장의 상황진단은 그 동안 시장에서 지적 받아 온 KB금융의 과제와 대체로 일치한다. KB금융은 4대 금융지주(KB 신한 우리 하나) 가운데 가장 많은 자산, 직원수, 지점망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당기 순이익이나 직원 1인당 생산성은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그러다 보니 '약골 공룡'이란 비아냥이 나왔던 터.
어 회장은 이날 '배수진' '환골탈태' '외과 수술' 같은 용어를 동원하며 변화를 강조했다. 비용 대비 수익 비율이 갈수록 떨어지는 현실을 지적하며 "회장의 연봉부터 줄이겠다"고 했고 지나치게 높은 은행 비중을 줄이고 카드ㆍ증권ㆍ보험 등 계열사를 적극 육성할 뜻도 밝혔다.
'대형화'와 '국제화'에 대한 소신도 재차 강조했다. "삼성ㆍ현대차 등 우리 기업의 해외사업은 날로 번창하고 있지만 규모와 국제경쟁력이 처지는 국내 은행 대신 글로벌 은행이 관련 금융수익을 독차지한다"는 것. 그는 이를 위해 "아시아 금융시장에 적극 진출하겠다"고 했지만 당장 규모를 키울 수 있는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참여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자세를 취했다.
어 회장은 "KB금융의 체질 개선이 먼저이며 2,3년 후 기회가 오면 고려해 보겠다"고 했다. 최근 외신 인터뷰에서도 "향후 2년간 인수ㆍ합병(M&A)는 없다"고 밝힌 그는 당시 "적어도 1년반 이상은 우리금융 매각이 성사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우리금융 M&A에 참여는 하되, 장기전으로 본다는 의미로 읽힌다.
무엇보다 중요한 어 회장의 과제는 KB금융을 '홀로 세우는 것'이다. 본인의 해명과 상관없이 그는 어쨌든 외풍(대통령측근)을 타고 들어왔다. 뒤따를 외풍(인사청탁ㆍ경영간섭)을 차단하지 않는 한, KB호는 지난 풍파를 다시 겪을 수밖에 없다.
당장 차기 행장 선임이 조직안정의 잣대로 주목 받고 있다. 어 회장의 '내부 승진' 방침에 따라 현재 최기의 전략그룹 부행장, 민병덕 개인영업그룹 부행장, 심형구 신탁연금그룹 부행장, 최인규 KB금융 부사장, 정연근 전 KB데이타시스템 사장, 이달수 KB데이타시스템 사장 등이 하마평에 올라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첫 인사의 공정성과 신뢰성이 어 회장을 둘러싼 각종 의혹의 진위를 가늠할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