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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화, 대한민국이 갈라진다] <2부> (3) 개천에서 용이 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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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화, 대한민국이 갈라진다] <2부> (3) 개천에서 용이 나지 않는다

입력
2010.07.13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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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업·계층 상승의 등용문도 사회소외층엔 '막힌 문'

#전북 전주시에서 중학교를 다니는 김태현(14ㆍ가명)군은 방 한 칸짜리 임대아파트에서 여든을 넘긴 할머니와 함께 사는 기초생활수급대상자다. 어렸을 때 엄마는 돌아가셨고 아빠는 집을 나가 버렸다.

태현이는 취학 전 가정에서 기초적인 학습 지도를 받을 기회가 없어 초등학교 때까지는 한글을 제대로 읽고 쓰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중학교에 올라 와서야 책을 곧잘 읽고 이해할 정도의 실력을 갖췄는데, 그러고 나니 영어와 수학이 골치를 썩이고 있다. 친구들이 선행학습이다 뭐다 해서 중학교 과정을 배우는 먼저 동안에도, 기초를 다질 기회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다른 친구들과는 달리 학교가 끝나고 학원을 다니지는 않는다. 아니, 정확히는 다니지 못한다. 왜 안 다니냐고 물었더니 "학원은 별로 재미가 없어서..."라며 말꼬리를 흐려 버리지만, 그게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는 일이다.

계층 격차-가난의 가족력

교육의 양극화는 부모 세대의 불평등을 다음 세대로까지 전이시키는 결정적 요인이다.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가 헌법에 보장돼 있지만, 어디까지나 의무교육인 중학교까지 다닐 기회를 모두에게 준다는 의미일 뿐.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아이들은 출발점부터가 다른 게 현실이다. 이런 식으로 교육은 다음 세대의 빈부 격차마저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일종의 '가족력(家族歷)'이 되어 버리고 만다.

소득 수준에 따라 배울 기회가 불평등하게 제공된다는 점은 통계청이 지난해 실시한 사교육비 실태 조사에서 여실하게 드러났다. 가구 월소득이 700만원 이상인 가정 자녀의 사교육 참여율은 91.1%, 월평균 51만 4,000원을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소득 수준이 100만원 미만인 가정에서는 35.3%만이 사교육이 참여하고 한 달에 쓰는 비용도 6만 1,000원에 불과했다.

기회의 불평등은 고스란히 성적에 반영됐다. 학교 성적 상위 10% 이내 학생들은 87%가 사교육에 참여하며 월평균 31만 9,000원을 사교육비로 지출한다고 답한 것에 반해, 학교 성적 하위 20% 학생들은 50%만 사교육에 참여하는 동시에 월평균 13만 9,000원을 쓰는 것으로 조사됐다. 성적과 사교육에 대한 투자 사이에 정확히 정비례하는 상관관계가 존재한다는 점을 보여준 셈이다.

교육 기회의 불평등에서 시작된 격차는 직업 선택에까지 영향을 미쳐 최종적으로 사회적 계급을 고착화시키는 결과로 나타난다. 부모의 경제력을 업고 강남권 명문고나 특목고에 입학하면, 좋은 대학을 발판으로 삼아 선망하는 직업을 얻을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다.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9년 신임 판사 138명 중 38명(27.5%)이 특수목적고 출신이고, 강남ㆍ서초ㆍ송파구 일반고 출신이 13명(9.4%)이었다. 농촌에서 나고 자란 가난한 수재들의 등용문 역할을 했던 법관 자리마저, 특목고 또는 강남 출신이 장악하는 세상이 온 것이다.

지역 격차-결국엔 강남이 이긴다

계층간 교육 불균형 못지않게 심각한 문제가 지역간 격차다. 지난해 치러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에서 충북 옥천군 학교들이 거둔 성적은 도농(都農)의 교육 인프라 차이가 학년이 높아질수록 학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다. 옥천의 초등학교는 국어, 사회, 과학에서 보통 이상의 성취도를 거둔 비율이 전국 180개 지역교육청 중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수학(2위)과 영어(3위)도 최상위권의 성적이었다.

그러나 기적의 '유효기간'은 딱 초등학교까지였다. 중3 학생들의 학업성취도 평가 성적은 전국 평균 정도 수준에 머물렀다. 교육청 관계자는 "교육과 보육을 병행하는 초등학교에서는 맞춤 학습이 효과를 거뒀지만 교육 과정이 어려워지는 중학생 때부터는 효과를 내는데 시간이 더 걸리는 것 같다"며 "학원을 비롯한 교육 인프라가 부족한 영향이 드러난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실제 옥천군 내 사설학원은 입시와 예체능, 직업 교육 분야 등을 다 합쳐도 60개. 지난 9일 찾은 옥천 읍내에서는 입시학원 간판을 거의 찾기 어려웠다. 2,005개의 사설학원과 2,077개의 교습소가 대치동을 중심으로 빽빽하게 들어선 강남과는 천양지차다.

이에 비해 서울 강남의 중3 학생 국ㆍ영ㆍ수 성적은 전국에서 가장 높았고, 초등학생와 중학생 성적 간 편차 역시 가장 적다. 사교육의 힘으로 성적을 떠받치고 있다는 얘기다. 사교육 활동이 상대적으로 많지 않은 사회(25등)와 과학(30등)에서 강남 중학생의 성적이 중상위권에 그쳤다는 점도 사교육의 힘을 보여주는 반증이다.

전주ㆍ옥천=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 충북 옥천고의 변신/ 수준별 학습 강화→명문대 합격생 배출→郡지원·전입생 증가

지금처럼 학교 성적이 사교육에 휘둘리도록 방치한다면 소득ㆍ지역에 따른 학력 불평등은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 1990년대 이후 사교육 시장이 급격히 확대되고 공교육 기능을 잠식하게 되면서 '개천이 용을 배출하지 못하는 구조'가 고착화됐다는 점에 비춰, 양극화 문제를 풀어가는 해법과 가능성은 역시 학교 안에 찾아야 한다는 게 교육 현장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미 농어촌 지역의 일부 중ㆍ고등학교들은 불리한 교육 여건을 극복하고 학생들의 학업 성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정규 교과 과정 이후 보충수업을 강화하거나 서울에서 학원 강사를 초빙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

충북 옥천고등학교는 지난해 3월 조성준 교장이 부임한 이후 "지역 명문고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학업 성적 향상을 위한 특별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우선 정규 교과 과정 이후 운영하는 보충수업을 강화했는데, 보충수업 종류만 네 가지에 이른다. 평일 정규수업 직후 일반 보충수업이 있고, 저녁에는 희망자에 한해 밤 10시까지 국어 영어 수학 위주의 심화 보충수업을 한다. 토요일 오후에는 1학년 때만 배웠던 사회탐구와 과학탐구 영역 과목을 단시간에 복습하기 위한 집중 보충수업 활동이 있고, 기숙사 거주 학생을 대상으로 한 주말반이 별도 운영된다.

특히 지난해 2학기부터는 정규 교과와 심화 보충 학급을 학업 수준별로 별도 편성하고 있다. 국ㆍ영ㆍ수 교과의 정규수업을 3단계 반으로, 심화 보충수업은 4단계 반으로 나눴다. 초반에는 상급반에 들어가지 못하는 학생과 학부모의 불만도 없지 않았지만 조 교장은 "학생들이 자신의 특성에 맞는 내용을 배우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점을 차츰 이해하게 됐고 이제는 불만이 다 사라졌다"고 말했다.

옥천고의 이 같은 노력이 알려지자 옥천군청이 올해 1학기에 '학력제고 지원비' 명목으로 1억 8,900만원을 지원하는 등 지역 사회에서도 많은 관심을 갖고 힘을 보태기 시작했다. 옥천에서 전학을 가기만 했던 대전에서 거꾸로 전학을 오는 학생도 생겼다. 2010학년도에는 개교 후 처음으로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한국예술종합학교 합격생을 배출하는 등 조금씩 성과도 거두고 있다.

옥천=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 대책은 없나/ "저소득층 교육 지원 늘리고 다양한 기회 가질 수 있게"

사교육은 기본적으로 공교육과 제로섬(zero-sum) 관계다. 공교육이 무너지면 사교육 수요가 넘쳐나고, 공교육이 바로 서면 사교육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공교육은 그대로 둔 채 사교육 운영시간이나 학원비 억제에 부산을 떨어본 들, 대증요법에 그치고 많다는 얘기다.

결국 1차적인 해법은 공교육 정상화다. 멀고도 험한 과정이지만, 부가 대물림되는 질긴 고리를 끊기 위해서라도 감내해야 된다. 남창우 경북대 교수는 "우리 사회에서 소득 재분배 문제를 연구하다 보면 교육 문제를 다루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결국 교육 재정을 획기적으로 늘려서 공교육을 정상화하는 것만이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유층 자녀의 해외 조기 유학이 일반화하면서, 교육 양극화가 국제적 수준으로 확대되는 추세도 염두에 둬야 한다. 신광영 중앙대 교수는"교육 불평등이 복합적으로 진행되면서 국내 교육정책 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고 우려한다. 공교육 투자가 지금부터 더 획기적이고 과감해야 된다는 얘기다. "경제적인 관점에서 보더라도 불평등이 더 심화되기 전에 교육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리는 것이 사후에 실업 및 빈곤 문제에 돈을 쏟아 붓는 것보다 효율적"(신 교수)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대학입시가 부의 대물림과 계층 상승의 유일한 통로가 되는 현실이 지속되는 한 공교육 정상화 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남 교수는 "빚을 내서라도 자식 교육에 올인하는 과도한 교육열은 교육이 투자 대비 효과가 가장 크다는 믿음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전문고 육성이든, 특기생 발굴이든 대학입시 외에도 다양한 기회가 부여되는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는 것이다.

'차려진 밥상'인 공교육조차 흡수할 수 없는 저소득층 자녀에 대한 배려도 뒤따라야 한다. 차성현 한국교육개발원 사교육없는학교지원특임센터 팀장은 "가정에서 관심과 배려를 받지 못하는 아이들은 아무리 학교 내에서조차 소외될 수밖에 없다"며 "저소득층 자녀들이 적극적인 학교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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