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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리포트] (9) 12억 인도 시장에서 미래를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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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리포트] (9) 12억 인도 시장에서 미래를 그린다

입력
2010.07.13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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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성경영·현지화 전략으로 인도인 마음 잡다

6월 초 인도 제2의 도시 뭄바이에서 차를 타고 남동쪽으로 2시간 가량 이동하자, 사야하드리 구릉지가 나왔다. 여기서부터는 1시간 넘게 줄곧 오르막길이다. 사람들의 손길이 닿지 않은 천혜의 경관을 감상하는 동안 어느 새 공업도시이자 교육도시인 푸네의 탈레가온공단에 도착했다.

저 너머에 파란색 지붕을 얹은 공장이 보인다. 포스코가 공급망 관리(SCM: Supply Chain Management) 차원에서 해외에 설립한 42개 가공센터 중 하나인 포스코-IPPC다.

2006년 12월 가동을 시작한 포스코-IPPC 공장은 자동차강판과 전기강판을 현지 기업의 요구에 맞게 가공해 공급하는 곳으로 성장 잠재력이 큰 인도의 자동차 및 전력인프라 시장을 겨냥한 전략적 거점이다.

자동차강판의 경우 델리ㆍ첸나이 등지에 설립된 가공센터와 연계하며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공장 설립 직후부터 인도 현지 자동차업체인 타타를 주고객으로 확보했고, 최근에는 같은 공단에 자리잡은 GM공장이 생산하는 모든 차종의 강판을 공급하고 있다.

변압기에 사용되는 전기강판은 시장 선점용이다. 인도 정부가 몇 년 전부터 발전소에서 공급된 전기의 효율이 가정에서는 절반 이하로 떨어지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를 감안한 것. 이미 전체 시장의 30%를 장악했을 만큼 절반의 성공은 이뤘다. 2012년까지의 목표는 점유율 50% 달성이라고 한다.

포스코-IPPC는 1공장 가동 27개월만인 지난해 3월 2공장을 준공했다. 대규모 투자에도 불구하고 공장 가동 이듬해인 2007년부터 매년 수 백만달러의 영업이익을 냈기 때문이다.

현재는 총 5만4,000㎡ 부지에서 연간 25만톤 생산 체제를 갖췄다. 방길호 법인장은 "업체들이 원하는 스펙의 제품을 생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들이 원하는 대로 가공해 공급하려는 노력의 결실이자 인도 전력인프라의 시장성을 내다보고 선제적으로 투자한 전략의 승리였다"고 말했다.

안전모를 쓰고 공장을 둘러봤다. 자동차강판과 전기강판을 찍어내는 프레스의 소음이 들리지 않았다면 이 곳이 공장이라는 사실조차 떠올리기 어려울 만큼 깔끔하다.

인도인 직원 하산드라(34)씨는 "공장 전체가 휴게실 같은 느낌"이라며 웃었다. 그러고 보니 정문 안쪽에는 자그마한 관상용 폭포가 대나무와 어우러져 있고, 공장 주변의 조경도 예사롭지 않다. 식당 바깥에는 쉼터로 활용되는 정자도 있다. 허종열 부장은 "인도인 직원들이 삶의 터전을 삼고 있는 곳인 만큼 항상 포근함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사실 포스코-IPPC가 인도 현지에서 단시간에 뿌리내릴 수 있었던 건 무엇보다 인도인의 마음을 얻으려는 노력 덕분이었다. 실제로 탈레가온공단의 경우 최근 2년 새 수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입주하면서 임금 때문에 현지 근로자들의 이직이 잦은 편이지만 포스코-IPPC만큼은 예외라고 한다.

직원들 개개인의 근로 조건이 가장 좋은 편에 속하기도 하지만, 회사 차원에서 직원 가족의 생일까지 일일이 챙길 정도로 가족 같은 분위기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IPPC가 에이즈에 감염된 보육원생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인도 사회의 가장 큰 골칫거리 중 하나인 에이즈 문제의 해결을 위해 적극적 노력을 펼침으로써 현지인들과 더 큰 유대관계를 맺고자 하는 것이다.

방 법인장은 "인도 젊은이들의 최대 목표는 자동차 구매이고 인도에서 가장 잦은 범죄는 전기를 훔치는 것"이라며 "우리가 인도인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면 매출은 자연히 쑥쑥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양정대기자

■ 임금 싸고 잠재력 무궁무진 '韓기업 414곳 뜨거운 경쟁 중'

'대규모 내수시장, 풍부한 저임금 노동력, 열악한 전력ㆍ교통인프라….'

삼성경제연구소가 지난 4월 보고서에서 언급한 인도의 매력포인트다. 이는 12억명의 인구와 구매력 평가 기준 세계 4위의 경제규모를 갖고 있는 인도 시장의 잠재력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우리 기업들은 1990년대 후반부터 인도에 진출해 왔다. 삼성전자와 LG전자, 현대차, 포스코, 현대중공업, 쌍용건설, 한전KPS, 롯데제과 등 웬만한 대기업들은 현지법인을 통해 인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델리 164개사, 첸나이 171개사 등 주요 거점을 중심으로 총 414개사가 진출해 있다. 가전과 자동차 분야에서는 이미 시장 점유율 1,2위를 차지할 만큼 성장도 했다.

하지만 인도에 대한 우리 기업의 직접 투자는 지난해 9월 현재 24억2,180만달러로 우리나라 전체 해외투자액의 1.3%에 불과하다. 또 현대차와 삼성전자, 포스코 등 대기업 위주의 제조업 투자가 전체의 84%를 차지할 만큼 투자분야도 제한돼 있다. "급부상하는 인도의 위상과 성장 잠재력을 감안할 때 우리 기업들이 인도 시장을 너무 간과하고 있다는 우려가 든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물론 근래 들어 도ㆍ소매업과 금융ㆍ보험업 등이 일부 진출하기 시작했고, '브릭스'가 각광받기 시작한 2006년 이후 우리 기업들의 투자액이 대폭 증가한 것은 반길 만한 대목이다. 코트라 관계자는 "기업들이 무한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인도의 풍부한 지하자원과 인적자원을 적극 발굴해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며 "인도정부가 수출기업이나 인프라 사업에 대해 다양한 지원제도를 시행하고 있고, 특히 올해부터 한ㆍ인도 간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이 발효된 만큼 우리 기업들이 추가혜택을 받을 여지도 충분하다"고 조언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 "자동차에 기회의 땅" 글로벌 업체들 치열한 추격전

인도는 세계 자동차 업체들에게 기회의 땅이다. 12억 인구대국인데다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8%대에 이르지만 아직 자동차 보급률이 인구 84명당 1대에 불과하다. 세계 유수의 자동차회사들이 인도에서 자동차 생산ㆍ판매 전쟁을 벌이는 이유다.

인도의 자동차 시장은 지난해 세계적 경기침체 속에서도 인도 정부의 신차구입 지원책에 힘입어 18% 가량 성장했다. 또 올해를 포함해 앞으로 상당 기간 연평균 10%대의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때문에 마루티와 타타, 마힌드라 등 현지업체들과 혼다와 도요타, 포드, 폭스바겐, 현대차, 르노, GM 등 글로벌 업체들 사이의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인도는 열악한 도로 사정과 현지 중산층의 구매력 때문에 소형차ㆍ저가차 위주의 시장이 형성돼 있다. 당연히 업체들의 관심사는 기본 기능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가격 경쟁력을 보유한 소형차 생산에 집중된다.

실제로 지난해에 팔린 승용차 가운데 95.4%가 소형차였고, 스즈키와의 합작을 통해 시장 점유율 선두를 달리고 있는 마루티도 전체 판매대수의 80%가 소형차다. 타타가 지난해 2,500달러에 내놓은 '나노'가 선풍적인 인기를 끈 데 이어 올해는 도요타와 혼다, 닛산 등도 8,000달러대의 신차를 생산할 계획이다. 내년이면 르노와 GM도 3,000달러대의 경차를 선보일 방침이다. 현대차 역시 국내에선 볼 수 없는 'i10'과 'i20', '상트로'(아토즈) 등 소형차를 내세워 시장 점유율 2위를 구가하고 있다.

미래형 자동차인 전기차의 상용화 노력도 활발하다. 인도 시장이 소형화ㆍ경량화와 함께 대량생산 시 가격 경쟁력 확보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시험무대이기 때문. 아직은 글로벌 기업들이 앞서 있지만 인도 현지업체들이 정부의 지원 속에 기술력을 가진 선진업체를 인수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뭄바이 시내의 포드 매장 관리인은 "인도는 저가차 구매력을 갖춘 20~35세 인구가 2억7,000만명에 달하는 큰 시장"이라며 "경쟁이 치열한 만큼 기술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업체는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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