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교육현안인 학업성취도 평가시험이 치러졌다. 전국적으로 소수의 학생들만 불참하고, 이른바 진보교육감 지역에서도 학교장의 승인절차에 따라 무단결석 여부를 판단하게 하는 등 비교적 합리적인 선에서 치러진 것은 크게 다행한 일이다. 누누이 지적했듯 교육철학이 어떻든 법적 절차를 무시하는 것은 안 된다. 현행 법은 지키되 문제는 개선하고, 다시 이를 입법화하는 과정이 민주사회의 시스템을 유지하는 방식이다.
그러므로 이제부터 해야 할 일은 여러 문제점이 드러난 현행 일제고사 식 평가를 합리적으로 고쳐나가는 것이다. 현행 방식의 도입명분이 근본적으로 잘못됐다고는 할 수 없다. 학력부진아에 대한 집중교육,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기초자료 확보, 교육과정별 효율성 파악을 위한 성적추이 조사, 우수학교ㆍ학생에 대한 성취동기 부여 등은 나름대로 교육적 타당성이 분명하다.
그러나 문제는 실제 평가과정에서 당초 취지가 훼손되고 도리어 부작용이 더 크게 노출되는 데 있다. 학력부진 학교나 학생에 대한 동기 부여나 지원대책 마련 근거가 되기보다는 거꾸로 우수학교ㆍ학생에 대한 격려 및 포상효과가 두드러지는 것이 일선 교육현장의 솔직한 현실이다. 이 때문에 보다 전향적으로 교육방향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에서 학교ㆍ학생 전체를 성적지상주의에만 묶어두는 현상이 더욱 심화하는 것은 필연적인 것이다. 결국 상반된 두 측면의 교집합을 찾아내는 것이 핵심이다.
국가 미래인적자원의 질과 발전 가능성 등을 파악해야 한다는 점에서 국가단위 평가는 반드시 필요하다. 반면, 성적 외의 다른 가치도 존중 받는 사회를 지향해야 하는 것도 맞다. 현재의 전수 평가를 표본 평가로 환원, 정책 수립에 필요한 자료를 확보할 만큼의 충분한 표본을 대상으로 실시하되 단답식 학습평가 외에 다양한 소질과 관심을 파악할 수 있는 서술형 평가도 고려해볼 만 하다. 시험규모 축소로 남는 예산을 이런 형태의 문항 개발과 평가에 돌릴 수도 있을 것이다. 모두가 경직된 입장을 털고 국가미래와 행복한 교육을 위해 함께 접점을 찾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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