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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남아공 월드컵/ 한달간 울고 웃은 지구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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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남아공 월드컵/ 한달간 울고 웃은 지구촌

입력
2010.07.12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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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80년사에 처음으로 검은 대륙에서 열린 2010 남아공 월드컵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지난달 11일(이하 한국시간)에 개막, 32일간 지구촌을 울리고 웃긴 남아공 월드컵을 희(喜)ㆍ로(怒)ㆍ애(哀)ㆍ락(樂) 이라는 네 가지 키워드로 정리해본다.

이보다 기쁠 수는 없다(喜)

남아공에서 가장 큰 기쁨을 누린 이는 스페인의 미드필더 안드레스 이니에스타다. 네덜란드와의 결승전에서 116분간 이어진 0의 행진을 깨뜨린 그는 요절한 친구를 위한 골 세리머니를 펼치며 생애 최고의 순간을 맛봤다. 네덜란드 골문을 가른 이니에스타는 유니폼 상의를 벗어 젖혔고, 내의에는'다니엘 헤르케는 항상 우리가 함께'라는 문구가 드러났다. 지난해 8월 심장마비로 사망한 에스파뇰의 수비수 헤르케에게 스페인의 월드컵 우승을 헌정한 것이다.

우루과이 공격수 루이스 수아레스가 누린 기쁨도 이니에스타에 못지않다. 수아레스는 가나와의 8강전에서 1-1로 맞선 연장 후반 종료 직전 골라인에서 상대 슈팅을 손으로 막아내는 고의적인 파울로 레드 카드를 받았다. 그러나 그의 도박은 아사모아 기안의 페널티킥 실축으로 적중했고 우루과이는 승부차기에서 승리, 40년 만에 4강 진출의 기쁨을 안았다.

월드컵 울화증 생길라(怒)

프랑스 축구의 분열과 부진은 국민을 분노시켰다. 프랑스 대표팀이 남아공에서 보인 행태는 사상 최악의 팀으로 기록되기에 모자람이 없다. 레이몽 도메네크 감독의 지휘력은 전혀 먹히지 않았고 주축 선수들은 사분오열됐다. 국민적 분노에 프랑스 정부는 도메네크 감독을 의회 청문회에 소환하는 촌극을 연출했다.

잉글랜드의 웨인 루니는 '축구 종가' 팬들의 참을성을 잃게 했다. 이번 대회 무득점에 그친 루니는 TV 카메라에 대고 자국 팬을 조롱해 물의를 빚었다.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스페인과의 16강전에서 패한 후 분을 참지 못해 카메라에 대고 침을 뱉어 논란을 일으켰다. 쏟아져 나온 심판들의 오심도 팬들의 울화를 부채질했다. 잉글랜드-독일의 16강전에서 프랭크 램퍼드의 슈팅이 골라인을 넘었음에도 노골로 인정돼 잉글랜드 팬들을 분노케 했다.

서러워 이렇게 눈물만(哀)

44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북한은 세계 축구의 장벽 앞에 3전 전패로 무너졌다. 조별리그 2차전에서 포르투갈에 7골을 헌납하며 치욕적인 패배를 당하기도 했다. 간판 공격수 정대세는 브라질전에 앞서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TV에 잡혀 대회 최고의 화제로 떠올랐다.

사상 처음으로 원정 월드컵 16강에 오른 태극 전사들은 우루과이에 석패하며 8강 진출이 좌절된 후 그라운드에 뜨거운 눈물을 쏟아냈다. 특히 강인한 인상의 차두리는 비가 쏟아지는 그라운드에서 펑펑 울어 팬들의 감동을 자아냈다.

부부젤라는 즐겁기만 했다(樂)

남아공 월드컵에서 팬들에게 가장 큰 기쁨을 준 것은 요란한 소리를 내는 응원 나팔 '부부젤라'다. 이번 대회를 '부부젤라 월드컵'이라고 평해도 모자람이 없을 정도의 화제를 만들어냈다. 경기력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논란이 있었지만 대회 개막부터 폐막에 이르기까지 부부젤라는 쉬지 않고 울려댔다.

부부젤라에 못지않게 세계적으로 즐거움을 준 존재는'신점 문어' 파울이다. 독일의 한 수족관에 사는 이 문어는 독일이 치른 7경기의 승패와 결승전까지 정확하게 결과를 예언해 세계의 화제로 떠올랐다. 유럽에서는 파울의 '신점'을 TV 생중계하기까지 했다. 남아공 월드컵이 안겨준 뜻하지 않은 즐거움이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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