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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생산 '아프간 전기' 탈레반이 꿀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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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생산 '아프간 전기' 탈레반이 꿀꺽

입력
2010.07.12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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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안정화에 쏟는 정성이 정반대의 결과를 낳고 있다는 또 하나의 주장이 제기됐다. 아프간의 발전소 개발에 미국인의 막대한 세금을 쏟아 부었지만 아프간 저항세력인 탈레반의 배만 불리고 있다는 것이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 미국이 1억달러 이상을 들여 아프간 남부 대부분의 전력을 감당하는 헬만드주 카자키의 수력발전소 성능개량 사업을 진행했는데, 그로 인한 가장 큰 수혜자는 탈레반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지원으로 지난해 10월 카자키 발전소는 발전 용량을 두 배 이상 키웠다. 전략적 요지인 헬만드주의 민심을 탈레반으로부터 미국이 지원하는 현 아프간 정부로 돌려놓기 위한 포석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헬만드주를 좌지우지하는 탈레반은 오히려 자신들이 전력을 주민들에게 베푼다며 주민들로부터 전기요금을 거둬들이고 있다. 요금은 정액제로, 매월 가구당 1,000 파키스탄 루피(11.65달러)라고 WSJ는 전했다. 헬만드주 정부는 이렇게 해서 탈레반으로 새나가는 전기요금이 연간 4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돈은 탈레반이 아프간 주둔 미국 연합군에 대항하는 데 고스란히 사용된다. 카리 유세프 아흐마디 탈레반 대변인은 "여기서는 꼭두각시 카불 정부가 아닌 탈레반이 정부"라며 탈레반이 송전 시스템을 관리하고 전기료를 거둘 권리가 있다고 공공연히 주장하고 있다.

결국 헬만드주에서 전력 상황이 좋아질수록 득을 보는 쪽은 탈레반이다. 하지 굴 모하마드 칸 헬만드주 부족문제 담당 고문은 "전기가 더 많이 들어올수록 탈레반은 더 많은 돈을 번다"고 단언했다. 아흐룰라 오바이디 헬만드주 전기수자원국장은 "송전선이 탈레반 통제 지역을 지나기 때문에 그들이 전력을 통제하는 일은 매우 쉽다"고 말했다. 탈레반의 전기요금 징수를 막기 위해 송전선을 아예 차단하는 것도 여의치 않다. 탈레반 영향력 밖의 다른 주민들도 이용하기 때문이다.

WSJ는 이러한 '카자키의 역설'이 아주 정교한 개발계획도 전쟁터에서는 뜻하지 않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에는 아프간의 부패 관리들이 미국 지원금 등 수십 억 달러를 해외로 빼돌리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미 의회가 발칵 뒤집히기도 했다. 마크 세드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아프간 담당 민간대표는 "아프간 정부가 영토 구석구석을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며 한계가 있음을 인정했다.

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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