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서울 지하철 8호선 장지역. 역 입구를 빠져 나오니 송파구 장지동의 복합쇼핑몰 가든파이브가 한 눈에 들어온다. 입점률이 현저히 떨어지는 현주소를 보여주듯 제품 할인 행사와 점포 입점 안내 현수막이 어지러운 건물 입구를 지나자, 중앙 광장에서는 가수 데뷔를 준비 중인 대형기획사 연습생들의 콘서트가 한창이다.
유모차를 끌고 나온 가족 단위 방문객이 유난히 눈에 많이 띄는 가운데 300여명의 시민이 박자를 맞추며 흥겹게 공연을 감상 중이다. 박현정(29ㆍ강동구 둔촌동)씨는 "인근에 쇼핑과 외식을 함께 해결할 만한 곳이 부족해 어머니와 가끔 나들이 삼아 이곳을 찾는다"고 말했다.
입점률 저조로 무려 네 차례의 연기 끝에 지난달 10일 문을 연 가든파이브의 개장 한 달간 성적표는 '절반의 성공'이었다. 중앙 광장에서 만난 시민들은 새로운 강동권 복합 문화공간으로서 가든파이브의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었다.
승용차 이용 시 접근성이 좋은 서울 강남권과 경기 용인ㆍ성남 등에서 찾아온 사람들도 많았다. 이용구(39ㆍ경기 성남)씨는 "중앙광장이 시원하게 잘 마련돼 있어 벌써 여러 차례 이곳을 찾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입점률이 현저히 떨어지는 만큼 유령상가의 오명을 벗기에는 아직 무리가 있어 보였다.
패션관, 영관, 리빙관, 테크노관 총 4개의 건물 중 패션ㆍ영관에 입점해 있는 엔씨(NC)백화점에 몰린 인파는 지난 3일 운영업체 이랜드리테일이 발표한 실적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었다. 지난달 3일 먼저 문을 연 엔씨백화점은 지난 2일까지 100만여명이 방문, 목표치 150억원을 넘어선 18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롯데, 현대, 신세계 등 주요 백화점 3사와의 차별성을 강조하며, 매장을 브랜드에 임대하고 수수료를 받는 대신 백화점이 직접 상품을 구입하는 직매입 방식을 콘셉트로 내건 엔씨백화점은 때마침 정기 세일 기간을 맞아 여성 고객이 많았다. 직접 매장에서 확인한 직매입 상품의 비중은 아직까지 크지 않았다. 브랜드 개수로는 전체의 50%가 직매입 상품이지만 상품 취급 면적 비율로는 18%이하에 불과한 까닭이다. 20~30대 젊은 고객은 영관 10층에 자리한 CGV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가든파이브 고객의 즐거움은 딱 여기까지만이다. 엔씨백화점과 킴스클럽을 제외한리빙관과 테크노관은 유령상가 그 자체였다. 리빙관은 2~4층의 신발, 5층의 문구ㆍ완구 코너가 절반 정도 차 있을 뿐 피혁과 이불을 판매하는 6층부터는 점포의 상당수가 상가 임대에 열중하고 있는 부동산 중개업소였다. 10층 식당가는 전체가 비어 있었다. 청계천 이주 상인으로 리빙관에서 신발을 판매 중인 A씨는 "소매는 하루에 한 켤레도 못 파는 경우가 일쑤고 도매 거래 역시 청계천에서 판매하던 때의 절반 수준"이라고 말했다.
또 가든파이브가 내세울 만한 자랑거리인 축구장 3개 규모(2만㎡)의 옥상정원은 제대로 홍보가 돼 있지 못했다. 한수희(20ㆍ송파구 문정동)씨는 "친구들과 종종 엔씨백화점을 찾았어도 이곳에 이런 정원이 있는 것은 전혀 몰랐다"며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도시락을 준비해 나와 보니 쉬어 가기에 참 좋은 공간인 듯하다"고 말했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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