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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맞은 '51년 뱅커'/ 라응찬 신한금융 회장 '박연차 비자금 사건' 유탄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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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맞은 '51년 뱅커'/ 라응찬 신한금융 회장 '박연차 비자금 사건' 유탄 맞나

입력
2010.07.12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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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51년 뱅커(은행원)' 경력에 최대 위기를 맞게 됐다. 라 회장은 '최고경영자(CEO)만 20년'이란 별칭으로 불릴 만큼 금융권의 신화적 인물인 동시에, 신한지주의 정신적 지주. 올 들어 지주 회장 4연임에 성공했지만 지난해 잠시 불거졌다 묻힌 '박연차 비자금 사건'의 유탄을 맞아 자칫 자리마저 위태로울 수 있는 상황에 처했다.

비자금 사건이란

지난해 3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비자금 사건을 수사하던 검찰은 2007년 2~3월경 라 회장이 박 회장에게 50억원을 건넨 사실을 확인했다. 당시 라 회장 측은 "골프장 투자금 명목"이라고 소명했고 검찰은 이를 불법으로 볼 증거가 없는데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로 사건 전체가 종결되면서 라 회장 건도 내사종결 처리했다.

문제는 이 돈이 라 회장 개인계좌가 아닌 타인 명의 계좌에서 나왔다는 점. 남의 이름으로 계좌를 만들어 관리했다면 금융실명제법 위반이다. 올 4월 국회에 출석한 이귀남 법무부 장관은 "내사를 통해 (라 회장이) 가ㆍ차명 계좌로 (돈을) 관리한 것을 확인했느냐"는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의 질문에 "그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법무장관이 실명제 위반 사실을 인정한 셈. 이 장관은 당시 "법 위반이긴 하지만 과태료만 부과할 수 있는 사안이며 (형사처벌을 위한) 수사 대상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논란은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도 이어졌다. 조영택 민주당 의원은 "라 회장 실명제 위반건을 금융당국은 왜 조사하지 않느냐"고 따졌고 김종창 금감원장은 "조사할 만한 구체 사실을 검찰에서 통보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당국 조사 어떻게 될까

그 동안 라 회장 조사에 방어적 자세를 취해 온 금융당국은 12일에도 "구체 정보가 오면 검사하겠다고 생각해 왔지만 검찰에서 관련 자료를 통보해 주지 않아 못했던 것"이라며 "검찰에 자료 협조를 요청해 확보되면 조사하겠다"고 '신중한' 자세를 유지했다. 금감원 조영제 국장은 '그 동안은 왜 먼저 자료요청을 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최근 들어 정치권과 언론에서 얘기가 자주 나오니 요청키로 한 것"이라고 답했다.

일단 금감원의 자료 확보에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검찰에서는 처벌규정이 없어 내사종결됐지만 과태료 부과 수준의 혐의만 인정돼도 가능한 금감원 검사는 별도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 동안 금감원이 자료 요청을 했다면 검토해서 줬을 텐데 요청이 없었다"며 "요청이 오면 검토 후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금융권 관계자는 "법 적용 해석의 여지가 많아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지만 국민적 관심사가 된 만큼 금감원이 조사 후에도 그냥 넘기기엔 부담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라 회장 거취는

현행 실명제법은 차명계좌 개설 및 관리 혐의(금융실명거래 위반)가 입증될 경우, 금융위원회가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돼 있다. 만약 과태료 처분을 받더라도 당장 회장직 유지에는 영향이 없다.

하지만 더 심각한 것이 실명제법의 하위 법규인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이다. 이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차명계좌 개설에 관련된 금융사 직원에게 거래금액의 규모, 고의ㆍ과실 여부에 따라 과태료와는 별도로 감봉에서 정직 사이의 제재를 할 수 있다. 지주사 대표이사 같은 임원에 대한 별도 규정은 없어 해석의 여지가 있지만 만약 라 회장이 차명계좌 개설을 '지시'하는 등 적극적 역할을 했다면 감독당국의 제재 수위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임원의 경우 주의적 경고-문책적 경고-직무정지-해임 등으로 당국의 제재 수위가 높아지는데 연임 제한 규정이 있는 '문책경고'이상을 받으면 자리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장 시절 규정위반으로 지난해 당국으로부터 직무정지 제재를 받은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도 현직 유지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결국 사퇴했다. 특히 라 회장의 경우, 올 초 회장 연임 당시에도 '부적격 상태 아니었냐'는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 라응찬 회장 관련 일지

-2007년 2~3월 라 회장,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 50억원 전달

-2009년 3월 검찰, 라 회장의 자금 관련 부분 내사(임직원 명의 관리 및 비자금 의혹)

-2009년 6월 검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로 라회장 사건 내사 종결

-2010년 3월 라회장, 신한금융지주 회장직 4연임

-2010년 4월 이귀남 법무부 장관, 라 회장의 금융실명제 위반 혐의에 대해 "그런 것으로 알고 있다"고 시인

-2010년 6월 조영택 민주당 의원, 금융당국에 라회장 실명제 위반 혐의 조사 촉구

-2010년 7월 금감원, 라회장 사건 조사방침 발표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문준모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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